2023년 일본서점대상 수상작 발표!! 올해의 대상은? (1~10위 작품 공개)
2023년 4월 12일 <2023년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올해로 서점대상은 2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국내 출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테지만 너무너무 궁금한 마음에 어떤 작품들인지 미리 알아보았습니다^^
일본의 중고서점 'もったいない本舗 (못타이나이 혼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게시한 글을 번역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번역 솜씨가 아직 보잘 것 없어서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널리 양해 부탁드릴게요:)
🏆일본서점대상이란?
일본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으로서 투표를 통해 선정합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독서 애호가들은 물론, 평소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도 서점대상 수상작에는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이나 '나오키상' 등 정해진 심사위원이 선정하는 문학상과는 달리, 우리와 같은 독자의 시점에서 추천되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소설의 기교라든지 전문적 지식과는 관계없이 '어찌 됐건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 후보에 오르기 때문에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일본의 문학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작품들이 아직 국내 미출간이라 제목 번역이 참 어렵네요;; 제목 번역의 고충을 느꼈습니다^^;; 간단하게 직역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아서.. 제 나름대로 번역해 보았으니 어색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릴게요. 특히 8위(소라고항)의 경우 주인공 이름이 '소라'라서.. 겨우 '소라의 밥'으로 번역한 것이 저의 한계... 추후 국내에 출간되는 대로 도서명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위. 汝、星のごとく (너는 별과 같다)
🔸️작자 : 나기라 유 (凪良ゆう)
🔸️출판연월 : 2022년 8월
★직원 추천
<유랑의 달>로 2020년 서점대상을 수상한 나기라 유. 올해도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나기라 유는 원래 BL(보이 로맨스물)작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후에 출판된 <나의 아름다운 정원>, <멸망 전의 지상낙원>, 그리고 이번 <너는 별과 같다> 등 일반 문학작품도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훌륭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에게 존경심마저 듭니다!!
이 작품은 세토 내해의 경치 좋은 섬에서 자란 고등학생 '아키미'와 전학 온 소년 '카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족돌봄청년), 비정상적인 부모 자식 관계, 성적소수자, SNS 악플 등 현대의 사회 이슈가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두 사람의 엇갈림에 안달복달하며 읽어나갔습니다.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습니다. 사소한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미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요. 다 읽은 후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아름다움에 한 동안 얼이 나갔습니다. 나기라의 작품은 언제나, 잔잔했던 내 마음에 돌을 던집니다.
🥈2위. ラブカは静かに弓を持つ (라부카는 조용히 활을 잡는다)
🔸️작자 : 아단 미오 (安壇美緒)
🔸️출판연월 : 2022년 11월
★직원 추천
빛이 닿지 않는 고요한 심해에서 흔들리듯..이렇게 깊이 잠수하는 듯한 독서 경험을 한 것은 오랜만입니다.
음악 저작권 침해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미카사 음악 교실에 스파이로 잠입한 전일본 음악 저작권 연맹의 청년 '이츠키'는 2년간 학생으로서 첼로 레슨을 받게 됩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한 생활을 보내던 이츠키는 어렸을 때 배운 첼로의 즐거움을 서서히 떠올리고, 얼어붙은 마음이 녹게 됩니다. 그러나 본래 목적은 스파이이며, 녹음을 해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잡아야 합니다. 음악 교실의 첼로 강사 '아사바'와의 만남. 같은 교실에 다니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
고독한 스파이 임무와 심해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라부카의 모습이 겹쳐져, 읽는 쪽마저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허나 칠흑 같은 어둠의 세계에서도 뻗어나가는 은은한 빛은 분명 심해에 닿습니다. 음악의 힘과 스승과 제자 사이의 흔들리지 않는 신뢰 관계에 나도 모르게 눈물샘이 느슨해졌습니다.
🥉3위. 光のとこにいてね (빛 속에 머물러라)
🔸️작자 : 이치호 미치 (一穂ミチ)
🔸️출판연월 : 2022년 11월
★직원 추천
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집어 들었는데.. 이것이 마지막까지 중요한 키워드가 될 줄은..!
우연히 만난 두 소녀, '유즈'와 '카논'. 살고 있는 환경도 성격도 정반대이지만, 마치 자석처럼 서로 끌리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25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사람. 이해타산도 밀당도 없는, 우정도 연애감정도 아닌 이 특별한 감정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주위의 압력과 세상의 속박이 이렇게까지 족쇄가 되는 것인지 무섭게도 느껴졌습니다.
누구의 시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변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남편의 시점에서 읽으면.. 또 다른 세계가 보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나 한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쉽사리 연애소설이라는 장르로 묶고 싶지 않은 보석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4위. 爆弾 (폭탄)
🔸️작자 : 고 가츠히로 (呉勝浩)
🔸️출판연월 : 2022년 4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023년」에서 동시에 2관왕을 달성한 작품. 틀림없이 영상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활자가 이 만큼 입체감이 있는 것이 대단하고, 취조실에서의 지적 공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경미한 범죄로 연행된 '스즈키 타고사쿠'라는 남자는 취조 중에 아키하바라에서의 폭발을 예언합니다. '이제부터 세 번 폭발한다'라는 예언. 사람을 깔보는 듯한 건들거리는 언동과, 바보 같은 척하면서 눈 깊숙한 곳에서는 영리한 지성이 엿보이는 스즈키가 어쩐지 섬뜩합니다. 경찰도 이 남자의 말장난에 계속 농락당하지만, 후반의 '스즈키vs루이케'의 지능전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은 속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의와 윤리,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가치관이 뒤집히는 듯한 최상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경찰 쪽 캐릭터에 좀 더 깊이 파고드는 매력이 있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5위. 月の立つ林で (달이 뜨는 숲에서)
🔸️작자 : 아오야마 미치코 (青山美智子)
🔸️출판연월 : 2022년 11월
아오야마의 작품은 결코 화려한 전개나 큰 기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나 바쁜 일상에 자신을 잃고 있다고 느낄 때 읽으면, 마치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는 듯한 다정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신기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우리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남동생에게 엄격한 태도로 대하는 전직 간호사.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인기없는 코미디언. 일과 가족 사이에서 흔들리는 액세서리 아티스트.
'달'을 테마로 모든 에피소드가 완만하게 연결되어, 이윽고 일상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초승달'처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거기에 존재한다. 그런 깨달음을 준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아오야마는 2021년과 2022년 서점대상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도 아쉽게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6위. 君のクイズ (너의 퀴즈)
🔸️작자 : 오가와 사토시 (小川哲)
🔸️출판연월 : 2022년 10월
<지도와 주먹>으로 제168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오가와 사토시의 최신작은 바로 퀴즈 소설!! 역시나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소설로서 마이너 부류에 속하는 테마를 미스터리 스타일의 오락 소설로 만들어버리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여러 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퀴즈 플레이어 '미시마 레오'는 생방송 퀴즈쇼에서 상대 선수인 탤런트 '혼조 키즈나'에게 패하고 맙니다. 그러나 논란이 된 것은 대답이었습니다. 키즈나는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대답하여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레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의문을 품고 키즈나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퀴즈란 지금까지 지식과 기억력, 출전 경험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관찰의 눈'과 '상상력'이라는 것을 작품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답이 떠오르기 전에 우선 버튼을 누른다. 그런 다음 단시간에 뇌를 풀 회전시킨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상상 초월의 세계입니다. '짜고 치는 일이 아니라면 어째서 문제가 읽히기도 전에 대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은 참으로 통쾌하다 할 수 있습니다.
7위. 方舟 (방주)
🔸️작자 : 유우키 하루오 (夕木春央)
🔸️출판연월 : 2022년 9월
★직원 추천
이 책은 절대적으로 '스포일러 금지' 입니다!! 미스터리는 꽤 읽어 왔지만 마지막의 그 충격은 말로는 다 할 수가 없네요. SNS에서도 화제가 되어 리뷰에서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했죠^^
주인공은 사촌, 친구와 함께 산속의 깊은 지하 빌딩을 방문해 도중에 우연히 만난 3인 가족과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출구가 막히고 물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비상사태 발생!! 밀실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친숙한 설정이지만 마지막 엄청난 반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주'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 제목의 의미는 읽은 후 점차 와닿습니다. 본격 미스터리는 무엇보다도 줄거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조차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궁극의 독서 체험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8위. 宙ごはん (소라의 밥)
🔸️작자 : 마치다 소노코 (町田そのこ)
🔸️출판연월 : 2022년 5월
'親ガチャ(오야가챠)'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 '소라(宙)'는 어머니가 2명인 조금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소라를 낳은 '어머니'와 소라를 키운 '엄마'. 어머니인 '카노'는 미인에다 일도 열심히 하지만 육아는 내팽개치지요. 최근에는 색다른 가정환경을 묘사한 작품이 정말 많아졌는데, 그만큼 현대 가족의 모습이 다양화되었고 <가족>이라는 단위는 결코 혈연에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제목 '소라의 밥'에서 받는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슬픈 에피소드가 많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한 밥이 가지는 힘을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스트로 사에키의 '얏짱'은 너무 좋은 남자!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맛있는 밥이 얏짱으로부터 전해져 나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9위. 川のほとりの立つ者は (강가에 선 자)
🔸️작자 : 데라치 하루나 (寺地はるな)
🔸️출판연월 : 2022년 10월
표지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는 달리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젊고 유능한 카페 점장 '키요세'. 그녀는 어느 날,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연인 '마츠키'가 부상을 입어 현재 의식 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온화한 마츠키가 왜 친한 친구와 주먹 다툼을 한 것일까? 키요세는 마츠키의 방에서 비밀 노트를 발견하고, 마츠키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키요세는 언제나 논리적이며 카페 직원들의 일처리를 불만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만큼 오만한 것은 없으며, 자신의 무지 때문에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타인과 우열을 가려서 멋대로 자기혐오에 빠지는, 인간은 너무나 인과적인 생물입니다. '강가에 서 있는 사람은 물 밑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있는 힘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바싹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슬픔과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고, 다시 한번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10위. 真相をお話しします (진상을 말하겠습니다)
🔸️작자 : 유우키 신이치로 (結城真一郎)
🔸️출판연월 : 2022년 6월
화제가 된 작품이죠!! 미디어는 물론 서점의 메인 진열대에서도 종종 보았습니다. 데이트앱, 유튜버, 원격 회식 등 현대식 소프트웨어가 다양하게 등장하여 젊은 사람이라면 '맞아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매우 읽기 쉬운 단편집이기 때문에 독서 초보자에게는 최고의 후보작이 아닐까요.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미스터리이지만 이 작품의 특징은 모든 단편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각 작품을 읽으면서 형태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위화감이 산재해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 위화감이 제대로 이미지화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 작품의 평가가 갈릴 것입니다. '기분 좋게 속았다'라고 생각할지, '미스터리로서 조금 부족하다'라고 생각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울러 만화로도 제작되었으니 만화도 즐겨 보세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일본서점대상!! 서점대상의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들이 많고 올해 작품들도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묘사한 작품이 많다고 하네요. 매년 1위 수상작 정도는 궁금해서 읽어보곤 하는데 지금까지 읽고나서 실망한 작품은 없었네요. 저는 특히 추리나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4위.폭탄 / 7위. 방주를 꼭 읽어보고 싶네요. 올해 수상작들이 하루빨리 국내에 출간되기를 바라며~~
이상 2023년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