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추천] 아침이 온다 - 츠지무라 미즈키(입양 소재 사회파 감동 미스터리, 2016년 일본서점대상 수상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2012년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거울 속 외딴 성'으로 2018년 일본서점대상 1위를 수상한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아침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순식간에 읽었고, 눈물 흘리며 읽었고, 마지막은 감동이었습니다. 저의 인생소설 리스트에 올려두고 싶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올해는 왠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에 빠지게 될 것 같네요. 작년에 '야쿠마루 가쿠'에 빠졌었다면 올해는 '츠지무라 미즈키'로~^^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辻村深月)
번역 : 이정민
출판 : 몽실북스
발행 : 2017.11.1.
원제 : 朝が来る
일본 초판 : 2015.6.15.
책 소개
'입양'을 소재로 한 사회파 감동 미스터리 장편소설.
2016년, 제13회 일본서점대상 5위
2016년, 일본 도카이TV 드라마 방영(8부작)
2020년, 영화 개봉
줄거리
제1장. 평온과 불온
6살 외아들 아사토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토코 부부의 일상.
평온했던 일상에 불온의 그림자를 드리운 건 '가타쿠라 히카리'라고 밝힌 여자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아이를, 돌려주세요
그녀는 6년 전 입양 보낸 자신의 아이를 돌려달라며 아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데... 아사토는 사토코 부부가 입양한 아이였던 것. 하지만 사토코 부부와 여자가 대면한 날, 부부가 보기에 눈앞에 나타난 여자는 절대 아사토의 생모가 아니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제2장. 긴 터널
사토코 부부가 아사토를 입양하기까지의 과정.
사토코 부부는 오랜 불임 치료 끝에 몸도 마음도 지쳐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데.. 우연히 TV에서 '특별 양자 결연'이라는 입양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아사토를 입양하게 된다.
이 아이를 낳아 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책임지고 잘 키우겠습니다
아이를 건네받은 날 부부는 딱 한 번 아사토의 생모인 중학생 소녀 '가타쿠라 히카리'를 만난다.
제3장. 발표회를 마치다
히카리가 임신과 출산을 겪고 거듭된 방황 끝에 사토코 부부와 재회하기까지의 과정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15살 소녀 히카리는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되고, 히카리의 부모는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것으로 하여 히카리는 멀리 히로시마에 가서 출산을 하게 된다. 그 후 히카리는 부모님과의 잦은 갈등 끝에 가출을 하게 되고 다시 히로시마를 찾아가는데.. 하지만 그곳에서도 갖은 고난과 방황을 되풀이하다 결국 돈을 훔치게 되고, 돈이 필요했던 히카리는 아이를 입양 보낸 지 6년 만에 사토코 부부를 찾아가게 되는데...
제4장. 아침이 온다
결말에 관한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할게요^^
읽고 느낀 점
오랜만에 미친 가독성!!!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입니다. 재미와 더불어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읽는 내내 이렇게 계속 눈시울이 붉어진 적은 없었어요.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침이 왔다는 것을.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밝아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침이 지금 밝았다.
아이는 우리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사토코 부부는 불임 치료라는 긴 터널 속에서 힘들어하다 '특별 양자 결연'을 통해 아들 아사토를 입양하게 됩니다. 그 사연이 너무 현실적이고도 가슴 아프고 감동이었어요.
중학생인 히카리가 임신과 출산을 겪고 가출 끝에 온갖 고난 속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 또한 너무 생생해서 누군가의 삶을 밀착취재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나이에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로 짊어져야만 하는 가시밭길의 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는 언젠가 반드시 진실을 깨닫는다.
아이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는 것이 키우는 부모의 역할이다.
작가님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입양 가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가정이 많으며, 생모까지 포함해 한 가족으로 여기는 가정도 의외로 많았다고 합니다.
가끔 TV에서 입양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무지'하다는 말이 맞겠지요. 이 작품은 저의 그러한 무지를 제대로 눈뜨게 해 준,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날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에게 아사토를 맡긴 그 '작은 엄마'는 아사토만의 엄마가 아니다. 그녀는 아사토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었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자신과 아사토는 만나지 못했다. 부모 자식 간이 될 수 없었다. 그 작은 엄마는 자신들과 아사토, 모두에게 소중한 '엄마'다.
일본에서는 혈연관계가 아닌 부모 자식의 존재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토코는 알고 있었다. 편견도 저항도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솔직히 밝히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사토를 얻은 기쁨이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앞선 것이었다.
소설 맨 처음에 아사토의 친구 소라와의 정글짐 에피소드는 사토코가 어떤 엄마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소라를 밀지 않았다는 아들의 말을 끝까지 믿어 준 사토코. 이때 아사토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큰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작가가 초반에 그린 이유는 사토코도 '여느 엄마' 못지않다는 것,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 이어 바로 아사토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지니 그저 놀랄 수밖에요. 훌륭한 스토리 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토코는 아사토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딱히 아사토가 거짓말을 해도 상관은 없다. 나중에 밝혀져서 사과를 하고 욕을 먹게 되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지금 믿는다고 대답한 것은 그때 가서 아사토와 함께 비난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 휩쓸려서 아사토를 믿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손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평범'한 아이는 '평범'한 가정에 있습니다.
그 평범한 가정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아사토를 키웠다. 그리고 과거에 그런 바람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을 만큼 아사토는 사토코와 기요카즈의 아이가 되었다. 이 가정의 아이가 되었다.
또한 주인공의 감정에 미친 듯 빨려 들어가게 하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필력이 압권이었습니다. 사토코와 히카리, 서로 다른 환경의 두 여자에게 흠뻑 이입해서 읽었어요.
내가 만약 사토코라면? 아들을 다그치지 않고 믿어줄 수 있을까?.. 아사토에게 생모 히카리의 존재를 밝힐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히카리라면? 그릇된 선택의 순간순간마다 그녀를 붙잡아 다그치고 싶었습니다. 철없고 어리석은 히카리가 너무 안타깝고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답답함에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히카리도 결국 엄마였고, 그런 엄마를 보듬어 안아주는 사토코는 더욱 위대한 엄마였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가 남보다 더 못할 때가 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모진 말로 상처 줄 때도 있고,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다른 무엇보다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지요. 바로 가족이기 때문에요.. 남이 그랬다면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어찌 가족이 그럴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히카리가 부모님과 등지게 된 것 또한, 부모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자신의 틀 안에 가두고 간섭할 줄만 알았지 히카리를 진정으로 믿고 보듬어주지는 못했습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들 하죠.. 이 이야기가 정말 딱 그러했습니다. 입양 가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족을 이루고 진정한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지, 혈연보다 단단한 가족의 형태도 있다는 것을,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 하물며 남의 자식이라니"
내 속으로 낳기만 하면 자식이 뜻대로 키워진다는 말인가. 단지 그것만으로 더 따질 것도 없이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오만하지 않은가.
핏줄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서로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모녀였다.
핏줄로 이어진 친부모와 말다툼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 올릴 수 없는 관계다. 사토코 부부가 만난 그 가족은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니, 누구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이야기가 휴먼드라마로만 흘러가지 않게 미스터리적 요소도 가지고 있어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사토코 부부에게 나타난 여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 궁금증에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고 그 정체의 진실을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에 묵직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망적이었던 '히카리'에게 사토코와 아사토가 내민 구원의 손길은 이름 그대로 '빛(히카리)'이었습니다. '아사토'가 사토코 부부에게 와서 인생의 새 출발을 알리는 아침(아사)이 되었듯, 히카리도 새로운 아침을 열고 새 삶을 살아가길 응원해 봅니다. 그녀의 남은 삶이 진심으로 '빛'이었음 좋겠습니다.
기타 하이라이트 문장
특별 양자 결연은 부모를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아이를 원하는 부모가 아이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찾기 위한 겁니다. 모든 활동은 아이의 복지를 위해 그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겁니다.
지금은 아이한테 장애가 있더라도 저희는 둘 다 이 아이가 아니면 안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앞으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기억하자고. 도망칠 일도, 키울 일도, 아이의 생일을 축하할 일도 없는 대신 똑똑히 기억하자. 아이와 오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봤다는 것을. 둘이자 하나인 우리가 함께 봤던 하늘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이 시간을.
엄마는 여전히 히카리를 위해 혼내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히카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은 딸이 자신의 양육 방식 탓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싫어서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을 뿐이었다.
자신의 전부를 그 집에 두고 온 기분이었다. 그 집에서 계속 살아가는 히카리만 있으면 된다. 지금의 자신은 그 히카리의 재나 유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집에서 히로시마 엄마로 분명히 살아 있다. 버림받지 않고 소중히 보살핌 받는 존재로 그 집의 일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