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본 소설] 잔화요란 - 오카베 에츠

키요라 2023. 8.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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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로 읽은 오카베 에츠'잔화요란'.
일본에서 방영된 TBS 드라마 '아름다운 함정 ~잔화요란'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잔화요란
일본 TBS 방영, 화제의 드라마 〈아름다운 함정-잔화요란〉 원작 소설『잔화요란』. 마음을 감추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복잡미묘한 심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여자들의 마음에 피어난 욕망, 분노, 시기, 질투, 자존심을 꽃 피우듯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을 뜻하는 잔화, 어우러져 피었다는 뜻인 요란을 합친 잔화요란은 떨어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꽃에 비유되는 여자들. 작가는 소설에 다양한 연령대의 그녀들을 앞세워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시듦의 과정은 겁낼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저자
오카베 에츠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16.12.01

 
 

줄거리

 
리카는 결혼과 퇴직을 앞두고 자신을 위해 마련된 회사 송별회에 와 있다. 결혼 상대를 소개해 준 사람은 직장 상사 카시와기 소타. 그러나 사실 리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타와 불륜 관계에 있었는데.. 
 
소타의 부인 미츠코는 남편의 외도를 알아차리고 일부러 리카에게 접근해 맞선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소개해 준 상대는 소타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케이치. 그는 미츠코의 가족과 오랫동안 한가족처럼 지냈고 외동딸 미우가 오빠처럼 따르던 사람이다. 결국 리카는 케이치와 결혼을 결심한다.
 
리카는 서예 교실에서 알게 된 마키와 이즈미에게 결혼 준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마키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40대 커리어우먼으로, 수많은 남자들과 가벼운 만남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늙어간다는 것과 혼자 사는 삶에 고민이 많다. 이즈미는 30대 후반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남편과의 불화를 겪고 있으며 불행한 결혼 생활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리카의 결혼 준비를 계기로 마키와 이즈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어른 친구'라 자부했던 그녀들의 우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의 리뷰

'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된 오카베 에츠의 장편소설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켜 읽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냈다. 재미도 있고 가독성도 좋았다.
 

하지만 인물들간의 관계가 너무 막장.. 마음에 드는 혹은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한 명도 없었고.. 여성은 이렇다, 남성은 이렇다는 식의 대사가 많아서 성 고정관념이 다소 짙은 느낌이었다(작가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말이다).
작가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들의 고민과 성장을 보여주려 한 듯 하지만.. 과연 독자들이 얼마나 설득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일본에서 2015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드라마 포스터부터가 예사롭지 않죠?ㅋ

아름다운 함정 ~잔화요란~

 
 
주요 등장인물인 리카, 마키, 이즈미.
리카가 말하는 그녀들의 관계는 '어른 친구'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도 없어 보이고 마냥 행복해 보인다. 껄끄럽고 불편한 점은 묻어두고 서로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 그것을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속으로는 질투하고, 초조해하고, 냉소하고, 의심한다. 한 마디로 표면적인 사이인 것이다.
'어른 친구'란 것이 나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공감이 가서 더 씁쓸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게 숨겨둔 이상은 보이지 않는 척하는 일.
그것이 어른의 규칙이다. 

 
 
남편의 불륜녀에게 웃으며 맞선을 주선하는 부인, 그것을 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결혼하는 여자, 자신의 불륜 상대였던 여자에게 친한 동생을 소개시켜주는 남자, 친구의 결혼 상대에게 일부러 접근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여자, 아빠의 불륜녀와 비슷하게 외모를 꾸미고 AV에 출연하려는 딸...
재미있긴 해도 막장은 막장이다....
 

소설 속 여자들과 모두 접점이 있는 남자, 카시와기 소타는 정말 최악의 캐릭터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에는 음흉함이 잔뜩 있는.. 마지막까지 지 버릇 못 고치고 욕구를 분출한다.. 바람기는 절대 못 고쳐!!
 

카시와기의 부인 미츠코는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하면서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이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며, 자신 또한 남편을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진 않으나 불륜은 두고 볼 수 없다. 두고 볼 순 없으나 결코 남편을 몰아세우거나 헤어질 생각도 없다. 사랑 없는 가정 속에서 그녀의 히스테리는 날로 심해져 가니 딸 미우 또한 비뚤어지는 게 당연한다. 남편의 불륜을 알아차릴 때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른 척하는 게 대박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했다. 
 

두 번째로 이해 불가 캐릭터였던 마키...
마키는 남자들과 가벼운 만남을 즐긴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서는 가볍게 넘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바로 마음을 줄 때가 있다는 것. 그럴 때마다 마키는 허무함, 상실감에 빠진다. 말로는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즐기기만 할 거야라고 말해도 실은 남자와 깊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 여자는 외모를 가꾸어야 하며, 외모가 여자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고 말한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빠져 들어 마음 없이 몸만 나누는 관계는 어딘가 씁쓸하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으며 마키의 연애는 매번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 것이다...
마지막 마키와 카시와기의 만남에서는 정말 질려버렸다고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품격을 보여준 인물은 서예 교실 스승 '에자키 류코'.
독신에다 자기 일에 열심이라는 점은 마키와 닮았지만 삶의 방식과 태도에서는 그 결이 한참 다르다. 
 

품격이란 고가의 물건이나 화려한 물건으로 장식한다고 몸에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저분한 누더기를 걸치더라도,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사라지지 않는 엄숙한 긍지,
그것이 바로 품격이지요.

 
 
제목인 '잔화요란'은 아직 다 지지 않고 흐드러지게 핀 꽃이란 뜻으로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에 여자들을 비유했다고 한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이라.. 왠지 싫은 비유이다. 의미를 알고 나니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이다ㅋㅋ
 

여성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성 고정관념(특히 마키)과 막장 전개가 조금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여성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출판사 서평에 보니 '여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건 좀 너무 간 것이 아닌가??;;^^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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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같은 건 사실은 이 세상에는 없고, 그저 행복한 척을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닐까?

- 리카 -

 

믿음이란 내 안의 의심을 뿌리치는 일일 거예요. 그런데 의심은 나를 지키는 갑옷이죠. 그러니 갑옷을 벗고 무엇을 믿는다는 건 대단히 무방비한 일이에요. 작은 일에도 극심한 상처를 입고 마니까요. 그래도 상대를 믿는 것,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몸부림을 치면서도 그를 믿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 에자키 류코 -

 

이게 나야. 날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도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지키는 사람. 그게 나야. 

- 미츠코 - 

 

나 아닌 여자는 엄청 싫어해. 이기적이고 질투심 많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발목을 잡고, 변덕은 죽 끓듯 하지, 성질은 못됐지. 생각도 얕고, 제멋대로에... 그런데 그런 여자가 요즘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 다들 자기 일로 열심인 게 귀엽구나 싶더라고. 

- 마키 - 

 

세상에 남자의 애정 표현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안심과 안정이었다.

- 리카 -

 

마키는 여자라는 생물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본인의 행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서 타인을 밀어내야 할 때 주저 없이 발을 들어 차 내려하는 방심할 수 없는 동물. 본인보다 열등하다고 판단한 여자에게는 아낌없는 칭찬을 통해 짓밟고, 월등하다고 판단한 여자에게는 처음 본 순간부터 발을 거는 존재들. 

- 마키 - 

 

마음은 반드시 식는다. 마음이 식어버리면 남자는 귀찮기만 한 존재에 불과하다. 

- 마키 -

 

이런 애정도 있다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제껏 생각했던, 상대의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상대에게 바치려 했던 애정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서로 갈망하거나 빼앗지 않고, 마음은 서로가 아닌 둘의 정원에 심어진 어린 나무를 키우는 데 향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 리카 -

 

자신이 내뿜는 빛과 그것이 지닌 마력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소녀, 그 전부를 자각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될 때부터가 여자.

- 마키 -

 

남자가 일상과 비일상의 두 세계를 갖기를 희망하는 동물이라면 여자는 그 둘 중 어느 쪽 파트너가 될지를 선택하는 동물이다.

- 마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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