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 일본 역사 미스터리 소설 (제166회 나오키상 수상작)
일본 문학상인 나오키상 포스팅을 쓰다 알게 된 <흑뢰성>!! 나오키상 외에도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하여 너무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박이었어요!!
아직 가시지 않은 독서의 여운을 가득 안고 열심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번역 : 김선영
출판 : 리드비
발행 : 2022.9.1.
일본 초판 : 2021.6.2.
원제 : 黒牢城(こうろうじょう)
목 차
1. 들어가기에 앞서 / 수상 내역
2. 간략 줄거리
3. 책 속으로 들어가기
4. 마무리 총평
5. 기타 인상적인 문장
1. 들어가기에 앞서 / 수상 내역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집대성!
역사소설의 왕도와 미스터리의 정수를 모두 성취한 걸작으로 평가!!
일본 대중 문학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오키상과 주요 미스터리 부문을 석권한 작품은 역사상 <흑뢰성>이 유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넘어선 기록으로 전무후무한 수상 경력을 달성해 냄!
제166회 나오키상 수상
제2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21년 SR 모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1년 주간아사히 역사 시대소설 베스트3 1위
2021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22년 일본서점대상 후보
역사상 최초 일본 4대 미스터리 랭킹 재패
도합 9관왕 달성
2. 간략 줄거리
때는 일본 전국시대, 1578년 겨울,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근거지인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 '구로다 간베에'를 흑뢰성, 즉 지하 감옥에 가둔다. 성안에서는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흔들리는 민심과 흐트러진 군대 기강을 고민하던 아라키 무라시게는 고민 끝에 구로다 간베에에게 지혜를 요청하는데...
전쟁과 수수께끼의 끝에서, 두 사람은 각자 무엇을 꾀하고 있었을까?
- 출처: 출판사 서평 -
제1장 : 설야등롱
아리오카성에 인질로 잡혀와 있던 아베 지넨의 기묘한 죽음. 호위대의 경호 아래 누구도 접근할 수 없던 방에서 화살에 맞고 죽었지만 화살은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누가 인질을 죽인 것인가..
제2장 : 화영수훈
적군 수장의 머리를 둘러싸고 조사를 벌이던 중 이미 확인을 마친 머리가 흉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적군 수장의 목을 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죽은 자의 머리를 바꿔 놓은 것인가..
제3장 : 원뢰염불
무라시게는 행각승인 무헨에게 명물을 맡기고 사자로 보내지만 무헨은 살해당하고 만다. 누가 무헨을 죽이고 명물을 훔쳐갔는가..
제4장 : 낙일고영
무헨을 죽인 범인을 찾았지만 무라시게가 사살 명령을 내리기 전, 범인에게 뜻밖에 벼락이 떨어져 죽게 되고 그 옆에는 탄환이 떨어져 있다. 과연 누가 죄인에게 철포를 겨누었는가. 모반자를 찾아야한다!!
3. 책 속으로 들어가기
사자는 돌려보내는 것이 규칙, 돌려보낼 수 없다면 베어 버리는 것도 무사의 규칙이거늘.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는 짓을 하시면.. 인과가 돌아올 겁니다.
- 27쪽, 간베에 -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든 무라시게를 설득하러 온 간베에. 무라시게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베에는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면 자기를 제발 죽여달라 합니다. 하지만 무라시게는 그를 죽이지 않고 지하 감옥에 가둡니다. 간베에가 말하는 '무라시게에게 돌아올 인과'란 무엇일까요?...
무라시게는 간베에뿐만 아니라 자신을 배신한 아베의 인질 또한 죽이지 않습니다. 죽여야 할 자를 제대로 죽여야 하는 것도 무가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살아남아 목숨을 부지하고 치욕스럽게 사느니 죽는 것이 명예롭다. 그것이 가문을 위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읽으면서 점점 그 시대 속으로, 무가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간베에: 셋슈님. 소인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무라시게: 간베에. 지혜를 내놓아라. 자네라면 이 기이한 일을 풀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 111쪽 -
성 안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위기를 느끼고 간베에에게 도움을 청하러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무라시게. 어두운 지하 감옥에 자신이 직접 가둔 죄인을 찾아가 지혜를 구한다는 설정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간베에는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하면서도 무라시게에게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말로 무라시게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하죠.
누군가 배신한다면 바로 지금이다. 오다가 계략의 마수를 뻗지 않았을 리 없다. 성안에서 불길이 치솟지는 않을까, 성문이 안쪽에서 열리지는 않을까, 무라시게는 닥쳐오는 적의 군대보다 내통을 더욱 우려했다.
- 145쪽, 무라시게 -
시간이 갈수록 약속했던 모리 쪽 지원군은 오지를 않고 기이한 사건들은 연이어 일어나고.. 무라시게는 점점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그 옛날 주군을 배신한 것처럼 자신도 배신당하지 않을까. 배신으로 점철된 무가의 세상에서 하루도 마음이 놓이는 날이 없고 그러한 의심과 불안 속에서 사는 것 또한 무가의 수장으로서 살아가는 자의 숙명이구나.. 그리고 무라시게는 이 싸움의 끝을 보기로 하고 결단을 내립니다. 기다릴 것인가, 공격할 것인가, 달아날 것인가..
"무사에게 죽음은 가문을 위한 도구"
무라시게가 과거 섬기던 주군을 배신하고 추방한 것에 대해, 간베에가 그 이유를 묻습니다.
살기 위해서였다. 모든 것은 살아남고, 가문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무사는 죽는다. 물론 사람은 모두 죽지만 무사에게 죽음은 도구나 다름없었다. 창끝에 몸을 던지고, 자기를 겨누는 총구 앞에서 살아가는 게 무사다. 죽는 것은 상관없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렇기에 개죽음은 당할 수 없었다. 자기가 죽어도 자식이, 자식이 죽어도 일족이 가문을 남기고, 몇 대 전의 아무개가 용감하게 죽어 지금의 집안이 있는 거라고 구전될 날을 생각하면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다. 쇠락한 주군 가문을 따라 함께 몰락해 봤자 이름도 가문도 남지 않는다. 실로 개죽음이다. 무라시게는 언젠가 죽을 날을 위하여 가쓰마사를 추방했던 것이다.
- 438쪽, 무라시게 -
가문을 남길 수만 있다면 죽음도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가문이고 뭐고 간에 죽고 나면 끝 아닌가요ㅠ 가문을 남긴다는 것의 가치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국시대 무사들에게 죽음은 삶과 동일선상에 있었습니다. 죽음과 삶은 늘 함께하며 칼을 소지하는 것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개죽음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명예롭게 할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죠.
※ 여기서부터는 소설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은 패스해 주세요!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전쟁 속 난세에서 당연하게 전해져 오던 말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무라시게와 그의 아내 지요호의 마지막 대화에서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깊이 드러납니다.
무라시게: 지요호, 그대는 부처의 벌을 내리려는 것인가.
지요호: 어리석은 인간의 몸으로 어찌 겁 없이 부처님을 대신해 벌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다만.. 벌이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백성들에게..
- 466쪽 -
인질을 죽음으로 이끌고, 무사의 머리를 바꿔치기하고, 무헨을 죽인 범인을 쏘게 한 것 등 지금까지의 기묘한 사건들은 다름 아닌 무라시게의 아내 '지요호'가 벌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 난세 속에서 부처의 벌이 있다는 믿음을 줌으로써 죽어 가는 백성들을 안심시키려 했다는 지요호.
지요호: 무가 사람들은 온몸에 갑옷을 껴입고 창과 철포를 들고 죽음에 저항할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조차 없는 백성들은 짐승이나 벌레처럼 그저 죽어 갈 뿐. 사람 목숨은 짐승이나 벌레 목숨보다도 어지간히 가볍다 할 수 있겠지요.
무라시게: 세상이 그런 것이다. 세상에 목숨처럼 헛된 것도 없어.
- 469쪽 -
지요호의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탁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무가 사람들처럼 저항할 수단조차 없이 짐승이나 벌레 목숨보다 못하게 죽임을 당하는 백성들. 목숨처럼 헛된 것도 없다고 말하는 그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축복입니다ㅠ
전진하고 싶어도 전진하지 못하는 자에게도 극락의 문은 열릴까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뼈와 가죽만 남은 손을 모으고, 아침이나 밤이나 목소리가 나오는 한 염불을 외웠습니다. 구원하소서, 아미타불, 극락왕생하게 해 주소서, 구해 주소서.. 죽음을 받아들인 그때 저희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저희는 다만 죽음으로도 그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극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굶주림의 고통은 차마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생로병사 모든 것이 고통이며 윤회는 생각도 못 할 일, 저희는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라는 그 말이 저희를 옭아맸습니다. 전진하면 극락. 손에 단도 하나 쥐지 못한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 것일까? 전진하고 싶어도 전진하지 못하는 자에게도 극락의 문은 열릴까..
- 472~473쪽. 지요호 -
오다 노부나가는, 항복을 선언하고 나가시마성을 떠나는 배에 철포를 퍼부은 뒤, 남은 성채를 포위하고 불을 지릅니다. 불길 속에서 죽은 자는 이만 명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지요호는 무라시게에게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난세 속 백성들의 무간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앞으로도 고통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며 맞이하는 죽음..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 고통이 내가 죽어서도 계속 이어진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요?
나가시마 백성들처럼 이타미 백성들을 죽게 하지 않겠다고 지요호는 맹세했고, 전진하고 싶어도 전진하지 못하는 자에게도 극락이 있다고 전하며 백성들을 구원하고 있었습니다.
"인과는 돌고 돈다"
소설 초반에 간베에가 무라시게에게 말한 '인과는 돌아올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그 이름, 미래영겁 치욕 속에 나뒹굴 것이다
내가 이 아리오카성에서 머리만 남아서 돌아갔어도, 살아서 돌아갔어도, 쇼주마루(간베에의 아들)는 무사했을 터. 그런데 너는 나를 붙잡아 돌려보내지 않았다. 평범한 세상의 이치를 저버린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세상의 이치를 저버리면 인과가 돌아올 거라고. 인과는 돌고 돌아 쇼주마루의 목숨을 앗아 갔다. 무라시게, 스스로 자비롭게 보이고자 했던 너의 허세가 바로 내 아들을 죽였다. 네가 쇼주마루에게서 무사의 죽음을 앗아갔으니 나도 네놈에게서 무사의 죽음을 앗아 가기로 결심했다. 그 이름, 미래영겁 치욕 속에 나뒹굴 것이다.
- 492쪽, 간베에 -
간베에는 아들의 비참한 죽음을 예견했고 무라시게에 대한 분노로 복수를 결심합니다. 무라시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혜를 빌려주어 시간을 끈 간베에. 무라시게가 만약 일찍 전쟁을 포기하고 성문을 열었다면 오다가 용서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간베에의 도움으로 극복하였고 그로 인해 전쟁이 길어졌습니다. 의심과 불안으로 피폐해지고 사면초가에 빠진 무라시게를 자신의 책략에 빠지게 하는 것. 간베에는 그것을 노렸습니다.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책략을 무라시게에게 내놓고, 무라시게 또한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간베에의 말대로 아리오카성을 빠져나가는 결말로 치닫게 되죠. 간베에가 말하는 미래영겁 치욕 속에 나뒹굴 것이라는 '그 이름'은 무라시게를 향한 것입니다.
백성들도, 오다 가신들도, 머지않아 오다를 저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저버렸는지도 모르지. 간베에, 주군이 내리는 벌은 사죄로 용서받을 수 있다. 신불의 벌은 기도로 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백성과 가신이 내리는 벌은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그것이야. 그래서 모반했다. 나는 그저 아라키 가문을 남기려 했을 뿐이다. 무사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무너져 가는 오다에게 휘말리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주 조금 일렀는지도 모르겠구나.
- 498쪽, 무라시게 -
무라시게는 아리오카성 함락으로부터 7년을 더 살았다고 하며, 오다 노부나가는 아리오카성을 손에 넣고 3년 뒤, 교토 혼노지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국시대, 모두가 죽고 죽이며 남김없이 베고 태워 죽이는 세상. 오다 노부나가는 너무 많은 살생을 했고 그 인과는 돌고 돌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이것은 무라시게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결국은 오다를 향한 말이기도 하지요.
4. 마무리 총평
미스터리적 요소도 있지만 진지한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역사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와 그 당시 무가의 마음가짐에 제대로 빠져 책을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이 궁금해 두근두근 즐거웠어요. 재미는 물론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이지만 결국 만국 공통의 역사적 교훈은 '백성이 먼저'라는 것에서 뭔가 가슴 벅차오르기도 했구요.
'오다 노부나가'야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 외 '아라키 무라시게'나 '구로다 간베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고 전국시대의 역사도 자세히는 몰랐기 때문에 어떤 결말로 향할지 모른 채로 읽었어요. 역사에 기록된 결말로 향하면서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중간의 시간들은 허구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줍니다. 아라키 무라시게가 왜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는지, 구로다 간베에는 왜 죽이지 않고 가뒀는지, 그것은 여전히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그 수수께끼의 영역에 추리를 가미하여 재미뿐만 아니라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어요.
갑옷과 칼로 무장한 무사가 받아들이는 죽음과, 저항조차 할 수단이 없는 약자들이 받아들이는 죽음을 대비시켜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마침내 백성들의 고통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백성들이 등을 돌리면 제 아무리 위세 등등한 수장이라도 그 끝은 비극일 것이다는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역사적 사실로만 본다면 '아라키 무라시게'는 주군에게 반기를 들고 결국엔 자신의 성에서 달아난 명예롭지 못한 무사로 비칠 수 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은 '아라키 무라시게'에 대한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다소나마 긍정적 이미지로 바꿔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역사를 왜곡해서 알려주었다면 문제겠지만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시간들을 소설적 허구로 재해석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기록되어 있지 않은 시간의 진실은 누구도 모르니까요.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가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저도 역사물은 많이 읽어보지 않아 처음엔 무턱대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일본의 옛 인명과 지명이 많이 등장해 헷갈리고 복잡하기도 했지만 그런 이유로 주저하기에는 얻는 게 훨씬 많은 책입니다. 일본의 역사적 시대배경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망설이고 계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엄청난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결코 과장이 아니니까요.
5. 기타 인상적인 문장
전쟁은 결국 운이다.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으로 사람은 어이없게 죽고, 예상을 뛰어넘어 살아남는다. 수훈을 세우는 거도, 치욕에 빠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운에 따른 것이다. 그 운명의 한복판에서 누가 신불을 믿지 않을 수 있으랴.
- 222쪽, 무라시게 -
갑옷을 두르고 죽음에 저항하는 강인한 무사라면 거짓으로 만들어 낸 벌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근심 많은 이 세상에는 그렇게 저항할 수 없는 약자가 더 많은 법. 종문의 가르침에도 없는 몇 마디가 사람을 현혹하는 것이 이 세상이라면, 꾸며 낸 기적이 사람을 구원하는 것 또한 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 478쪽, 지요호 -
다시(지요호) 님은 소인에게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전진하지 않아도 극락은 있다고 가르쳐 주신 유일한 분입니다. 평생 싸우고 전진하라는 말만 들어 왔던 소인은 처음으로 숨통이 트인 것만 같았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분을 지키기 위해 죽고 싶습니다.
- 509쪽, 사게하리 -
갈고 또 닦은 이 마음속의 달은 티 한 점 없네
찬란한 빛과 함께 서쪽으로 떠나리
-514쪽, 지요호가 죽으면서 남긴 사세구(죽을 때 남기는 시가)-
이 난세에서는 악인이 말도 못 하게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근심 많은 세상의 곳곳에서 악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악한 원인이 악한 결과를 낳고, 악한 결과가 악한 원인을 낳게 하는 이 세상의 섭리에 사람이 저항할 수단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책략을 짜내 죽이고 또 죽이게 될까?
- 518쪽, 간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