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외딴집' 리뷰 1편 - 미야베 미유키(일본 시대소설)

키요라 2023. 1.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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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 중 <외딴집>입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로 상권, 하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읽었지만.. 리뷰 쓰기가 감당이 안되어 계속 손을 놓고 있었네요. 방대한 스토리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며 리뷰를 써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좋은 의미로요^^
2022년 제가 읽은 책 중 단연 베스트입니다!!


저자 : 미야베 미유키
번역 : 김소연
출판 : 북스피어
발행 : 2007.10.31.
원서 제목 : 孤宿のひと
일본 초판 : 2005.6.21.



내용이 많아 포스팅 2편에 걸쳐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간단하게 느낀 점만 써도 되겠지만 베스트이니만큼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어 상세 줄거리를 하이라이트 문장과 함께 자세히 기록해 보려구요.
아무쪼록, 저의 긴 글을 부디 지겨워마시고 함께 읽어주신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목 차>
1. 들어가기에 앞서
2. 간단 줄거리
3. 책 속으로 들어가기
4. 결말
5. 읽고 느낀 점
6. 기타 하이라이트 문장






1. 들어가기에 앞서

미야베 미유키하면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미스터리와는 별개로 인간의 무서움에 오싹해지기도 하고 인간의 따뜻함에 녹아들기도 하는, 그런 여운이 있는 멋진 시대소설을 많이 써 왔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을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고도 하죠~~

*미야베 월드 제2막 : 현대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미야베 월드'에 이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시리즈.

<외딴집>도 오싹함과 따뜻함이 가득했던, 읽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적인 여운을 남겨 준 작품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설 속 배경인 '마루미 번'과 그곳에 유배되어 오는 '가가 님'은 실존하는 장소와 인물은 아니지만 작가님이 모델로 삼은 것이 있다고 하네요. '마루미 번'의 모델이 된 것은 사누키의 '마루가메 번'이며, '요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 막부 말의 '도리이 요조'가 죄를 받아 '마루가메 번'에 맡겨지게 되고 메이지 원년에 사면을 받을 때까지 그곳에서 유배 생활을 보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발상이 되었다고 하네요.



2. 간단 줄거리

(참고 : 출판사 서평)

바다토끼가 나는 여름의 폭풍우 치는 날, 정신 이상으로 아내와 자식, 신하를 죽였다는 소문이 도는 막부의 중신 '가가 님'이 마루미 번에 유배되어 온다. 이후, 가가 님의 악행을 방불케 하는 독사와 돌림병 등, 각종 괴이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괴이한 사건들 모두가 가가 님의 저주 때문이라고 두려워한다. 마을 안에는 그것을 이용해 각자의 불온한 목적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편, 가가 님이 유폐된 '마른 폭포 저택'에 9살의 순진무구한 소녀 '호'가 하녀로 들어가게 되는데.. 악령으로 여겨져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가가 님과 호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습자 시간이 시작된다!!


가가 님이 마루미에 온다는 것은 재앙이 온다는 뜻이야.
앞으로 어떤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일본판 표지) 출처: www.amazon.co.jp


3. 책 속으로 들어가기

(*책 속 문장이 너무 긴 경우 접은글로 해뒀어요)

1. 두 소녀가 만나 자매가 되기까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소설의 주축이 되는 것은 2명의 소녀입니다.
: 9살의 고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일본어로 바보라는 뜻인 '아호'에서 '호'가 이름이 되었다.
우사 : 17세의 여자 히키테(마을 파수꾼). 총명하고 정의감이 강하다.

의원 가문인 '이노우에 가문'에 고용살이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호는 이노우에의 여식인 '고토에'를 독사시킨 범인을 목격하고 맙니다. 막부의 중신 '가가 님'의 유배를 앞두고 그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용납할 수 없었던 마루미 번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호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 호를 우사가 맡아 함께 살게 되고, 둘은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호가 가가 님이 유폐된 '마른 폭포 저택'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고, 둘은 생이별을 하게 되지만 항상 서로를 잊지 않고 함께 살게 될 날만을 꿈꿉니다.

그 아이를 마른 폭포에 두고 저만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안온하게 살 수는 없어요. 저는 기다리겠어요. 그 아이는 인연이 있어 마루미에 왔고 저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도 외톨이, 저도 외톨이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자매입니다. 호는 제 동생입니다.
- 하21쪽, 우사 -


2. 악령 '가가 님' 마루미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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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님은 사람이 아니다. 이미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뭔가 나쁜 것에 씌어 정신이 나가서 그런 짓을 저지른 거라고. 섣불리 목숨을 끊으면 더욱 나쁜 존재가 되어 쇼군 가에 재앙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멀리 떨어뜨려 봉할 수밖에 없다.
- 상116쪽 -

가가 님이 마루미에 온다는 것은 다시 말해 무서운 존재가 오는 것, 귀신이나 악령이 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마루미에서도 무서운 일이나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이제 와서 겁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군요.
- 상116쪽, 이즈미 -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자신이 멋대로 하는 것이지요? 악령이나 귀신 탓이 아닙니다.
- 상159쪽, 우사 -

귀신에 씌여 처자식을 죽였다는 막부의 중신 '가가'. 그러나 미신을 단단히 믿고 있는 쇼군은 '살아 있는 악령 그 자체'인 가가를 죽이지 못합니다. 죽어서 사령이 되어 쇼군에게 재앙이 될까 봐 마루미 번에 유배를 보내게 되죠.
그러나 정말 가가는 귀신에 씌였던 걸까요? 귀신에 씌어서 미쳐버리면 어떤 죄를 저질러도 변명이 되는 걸까요?
에이신 스님의 말처럼 그 어떤 무섭고 끔찍한 일도 '사람'의 영역이 아닌 '귀신'의 영역으로 돌리면 만사가 더 다루기 쉬웠을테죠..

유배를 오게 된 가가 님을 귀신이니 악령이니 하며 두려워하고 봉하려고 하는 것은 꽤 좋은 생각이야. 그러면 만사가 잘 수습되겠지. 사람이 아닌 존재라는 덮개를 씌우면 번거롭고 다루기 어려운 가가 님이 조금은 다루기 쉬워지기 때문일세. 가가 님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해도 그것은 이미 사람의 말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도 아니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이 그냥 무서워하기만 하면 되네. 실수가 일어나도 귀신이나 악령은 사람의 손으로는 감당하기 벅차다고,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에게 변명할 수 있단 말일세. 쇼군에게도 마루미 번에도 참으로 편리한 논리지.
- 하118쪽, 에이신 스님 -


3. 현실 속 진짜 귀신과 악령은?

'가가 님의 유배'라는 대사를 이용하여 사랑에 눈멀어 오랜 벗을 독사시키는 가지와라 미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독을 사용하여 살인을 일삼는 아사기 가 사람들..
정의감 넘치는 우사와 같은 인물도 있는 반면, 미네와 같이 욕망과 이익에 눈 멀어 악행을 저지르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자네는 가가 님보다 먼저 진짜 귀신과 악령을 보고 만 걸세. 가지와라 미네라고. 가가 님을 맞이해야 하는 중요한 일의 대의명분에 숨어 자신의 비열한 질투를 풀고 연적을 해친 여자 말일세. 자네는 그것을 목격했어.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덮어 감추려고 하는 사람들의 눈짓과 손짓도 보고 말았네. 그러니 자네가 그저 귀신을 두려워하고 악령을 무서워하며 눈을 내리깔 수 없게 된다 해도 무리는 아니지. 자네의 마음속에는 거기에 저항하는 이치가 싹텄으니까.
- 하121쪽, 에이신 스님 -


4. 아홉살 소녀 '호'와 죄인 '가가 님'의 유대

기구한 사연을 품고 마루미 번에 흘러 들어온 소녀 '호'는 사물의 이치를 잘 모르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만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니 자신이 바보인 줄 아는 호.
그런 바보 같지만 순진무구한 '호'와,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인 '가가 님'의 첫 대면은 너무 짜릿하고 뭉클한 순간이었어요. 이 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호와 가가 님과의 습자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악령이니 귀신이니 하며 두려워하는 가가 님을, 호는 아무 편견 없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대합니다. 호는 가가 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가가 님 또한 호로부터 마음의 위로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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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 가가 님, 호는 가가 님의 몸이 걱정되옵니다.
가가 : 사람이 아닌 몸이니 나는 몸이 상하게 되는 일은 없다.
호 : 하지만 가가 님은 병에 걸리셨지 않습니까?
가가 : 나는 '귀신'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그러니 네가 내 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호 : 그래도 진지는 드십시오. 귀신도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귀신도 여러 가지를 먹잖아요? 옛날이야기 속에 나옵니다.
가가 : 그렇구나. 그리 하마.
- 하171쪽, 호와 가가의 대화 -

이 저택에는 가가 님이 계십니다. 저는 습자와 주산을 배우고 있습니다. 좀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가 님은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저는 가가 님께 인사도 드리지 않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혹시 불길이 여기까지 와서 가가 님의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모르는데 저만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 하377쪽, 호 -

나는 이제 남의 목숨을 빼앗는 데 싫증이 났다. 하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는구나. 그런데 이제 와서 너 같은 아이가 내게 충의를 지키다니.
- 하387쪽, 가가 -


5. 바보에서 보물이 된 '호'

'호'라는 이름은 어떤 한자를 쓰느냐에 따라 바보의 '呆', 방향의 '方', 보물의 '宝'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바보에서 보물이 될 때까지.. 그 과정을 이끌어주고 호를 보물로 만들어 준 가가 님. 이 소설 최고의 감동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호(呆) 이것이 너다. 지금의 네 이름이지. 허나 이것은 정말로 네 이름일까.
- 하162쪽, 가가 -

가가 : 오늘은 네 이름을 가르쳐 주마. 너는 바보의 호가 아니라 오늘부터는 방향의 '호(方)'다. 지금까지의 너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고 있다.
호 : 가가 님, 저는 제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릅니다
가가 : 아니, 안다. 너는 매일 열심히 일하고, 습자를 익히고 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냐? 이 가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냐? 그것은 아니다. 너는 너를 위해 그리 하고 있다.
호 : 그렇다면 저는 언제, 어디로 가게 됩니까? 어디에 이르게 될까요?
가가 : '사람'이 있어야 하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 하258쪽, 가가와 호의 대화 -

가가 님이 이것을 써서 내게 맡기셨다. 이것이 네 이름이라고, 가가 님은 말씀하셨다.
무슨 글자인지 모르느냐? 이것은, '보물'이라는 글자란다. 호(宝)라고 읽지.
이 글자 하나 속에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것은 네 생명이 보물이라는 뜻이다. 오늘부터 너는 보물의 호다.
.- 하432쪽, 도베 선생 -


6. '가가 님'을 둘러싼 진실은? (스포 있음)

가가 님이 막부의 중직에 오른 후, 쇼군 이에나리 공으로부터 부인을 하사(?) 받게 됩니다. 쇼군의 아이를 밴 채로 가가에게 선물로 내쳐진 부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진실은, 가가 님이 귀신에 씌어 처자식을 죽인 것이 아니라 그의 부인이 자식과 함께 독을 먹고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었죠. 가가 님은 자신의 키워 준 가문의 생존을 위해 침묵하고 맙니다.

자신의 아내이면서 자신의 아내가 아니다. 자신의 자식이면서 자신의 자식이 아니다. 그저 공손하게 받들고 소중하게 지킬 수밖에 없는 존재. 그 존재가 가가 님을 부정하고, 죽음의 나라로 도망쳐 들어가고 말았다.
- 하220쪽, 겐슈 -


사람들이 귀신이니 악령이니 두려워할 때 에이신 스님과 같이 진실을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귀신도 악령도 아닌, 그저 사람 중의 사람이었던 가가 님. 호에게는 부처님이었을 가가 님입니다.

마른 폭포 저택에 무슨 두려운 것이 숨어 있겠는가. 거기에는 사람 중의 사람인 가가 님이 칩거하고 계실 뿐일세. 죄를 저지름으로써 몸속에 있는 부처님의 가호를 깨달았지만 그 가호에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인간 말이야.
- 하111쪽, 에이신 스님 -

에이신 스님 : 저 아이(호)는 부처님을 만났소. 사람의 몸속에 계시는 부처님을.
게이치로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아이를 통해 저도 부처님의 얼굴을 엿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에이신 스님 :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처님이십니다. 하지만 저 아이는 만났소. 우사도 지금쯤 만나고 있겠지요.- - 하427쪽 -






이상 <외딴집>의 리뷰 1편은 여기까지이며, 2편에서 계속할게요~~
2편에서는 소설의 결말, 읽고 느낀 점, 기타 하이라이트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리뷰 2편 : https://kiyora.tistory.com/m/65

'외딴집' 리뷰 2편 - 미야베 미유키(일본 시대소설)

의 리뷰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소설의 결말, 읽고 느낀 점, 기타 하이라이트 문장을 소개해 볼게요~~ 📌리뷰 1편 : https://kiyora.tistory.com/m/66 '외딴집' 리뷰 1편 - 미야베 미유키(일본 시대소설)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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