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를 뒤늦게 읽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좀처럼 예약할 수가 없어 집에서 한참 먼 도서관까지 가서 어렵사리 빌려 온 책!!
단편집이라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 읽어볼 순 없지~~
무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공개된 최신작이란다!! 정말일까 찾아보니 아직 일본에서도 출간되지 않았네!! 우리나라 독자들이 히가시노를 너무 사랑해서 작가가 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을 준 것일까!!??
전작 장편소설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 이어지는 <블랙 쇼맨 시리즈> 2편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히가시노의 작품에는 갈릴레오 시리즈, 가가 시리즈 등 수많은 시리즈가 있으며 매번 각각의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나의 최애 캐릭터는 바로 가가 교이치로 형사!!ㅎㅎ
작가가 <블랙 쇼맨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탄생시킨 캐릭터는 전직 마술사이자 현직 바텐더인 '가미오 타케시'이다.
도쿄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바 '트랩 핸드', 그곳에는 눈썰미부터 말솜씨까지 남다른 마스터 '가미오 다케시'가 있다. 그가 고객의 사연에 맞춰 만들어주는 한잔의 술을 들이켜며 손님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그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조용히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기도 한다.
제목의 블랙 쇼맨은 바 '트랩 핸드'의 마스터 '가미오 다케시'를 가리킨다. 소설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3개의 이야기는 트랩 핸드를 찾는 손님들의 사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고 난 감상을 얘기하자면..
읽을 만했지만.. 역시나 단편이라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고 다소 심심한 미스터리였다.
첫 번째 이야기 '맨션의 여자'는 서로의 인생을 맞바꾼 여자들의 이야기인데(일본소설 '작열'과 살짝 비슷한 소재) 소재도 흥미로웠고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 과정도 나름 재미나긴 했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
자신이 죽은 후 막대한 재산이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자신을 닮은 사람과 인생을 바꾸고, 끝내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에서... 조금 억지스러운? 왜 그렇게까지?? 싶은 느낌이었다.
장편이었다면 좀 더 주인공이 살아온 인생과 심리를 내밀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단편이라 서사가 짧아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이야기 '위기의 여자'는 첫 데이트에서 데이트약물에 당할 뻔한 여자를 가미오가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을 계기로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마다 가미오에게 데려가고 가미오는 남자의 경제력을 감정하는 걸 도와준다는 이야기이다.
제일 짧지만 오히려 신선하고 괜찮았다. 마술처럼 스치듯 지나쳐가는 가미오의 추리가 돋보였음!!
세 번째 이야기 '환상의 여자'.. 이야기가 가장 길고 가장 긴장감을 유발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불륜 관계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사고로 죽게 되고 시간이 흘러도 그를 잊지 못하는 여자. 여자는 남자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그의 과거 행적을 쫓는다. 남자가 만나던 젊은 여자의 정체는 과연??
인물의 얼굴을 합성할 수 있는 '딥페이크' 기술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긴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사건의 내막에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 그녀를 슬픔에서 구해주고픈 친구와 해결사 가미오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불륜남의 아내와 아들까지 합세하는 건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아들을 트랜스젠더로 속이는 연극까지 하는데 왜 그렇게까지??
히가시노 님.. 이번 작품은 솔직히 심혈을 기울이셨다기보다는 편하게 술술 쓰신 것 같다.
단편이기 때문에 서사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감동과 여운도 다소 부족.. 하지만 확실한 건 가독성만큼은 최고이며, 결말을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전매특허는 정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 결말일 것이다!! 그 결말이 이번에는 좀 허무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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