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외국 소설] 맡겨진 소녀 + 스토너

키요라 2023. 7.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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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우연히 본 영화 예고편 <말없는 소녀>.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맡겨진 소녀>였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어서 바로 읽었죠~~

맡겨진 소녀
문학의 나라 아일랜드, 그곳에서 현재 최고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작가가 있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 같은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와 견주어지며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꼽히는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이야기다. 섬세하고 감동적인 필체로 유명한 키건은 24년의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으로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천재 소설가라는 칭호와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으며 특히 지금, 세계의 독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마침내 처음 번역 출간되는 키건의 책 『맡겨진 소녀』는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새로운 전율을 표현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_김금희(소설가) 소설이란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정수. _김보라(영화감독)
저자
클레어 키건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23.04.21


작가 클레어 키건은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꼽힌다고 한다. 24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이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다는데.. <맡겨진 소녀> 또한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네~~ 

104p의 아주 짧은 분량으로 중단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줄거리도 복잡할 것 없이 아주 간단하고 등장인물도 몇 안된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인데 이 정도 여운을 주는 것은 역시 작가의 대단함이지 않나 싶다.
 

아일랜드의 한 시골, 어느 여름,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부모의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소녀는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집을 떠나 잠시 친척집에 맡겨지게 된다. 소녀는 친척 부부로부터 지금껏 친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다정한 돌봄을 받고 낯설지만 기분 좋은 사랑을 느낀다.
친척 부부와 헤어질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분량은 짧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고, 문장이 간결하지만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다. 무심한 듯 보이는 묘사 속에 감동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많았고, 마음 한구석이 저며오는 슬픔이 곳곳에 있었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이게 과연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대사일까.. 말이 없고 조숙한 소녀.. 크게 표현하지 않아 더 슬픈 소녀의 말과 행동들이 가슴을 더 아리게 했다. 마지막 소녀의 대사에서 소녀가 말한 '아빠'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아름다움, 슬픔, 감동.. 여운이 깊게 남는 작품이었다.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대사들이 많아 시간 날 때 다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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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스토너(초판본)
“이 소설에 대해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나는 제대로 시작할 수조차 없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전 세계 수많은 문학 애호가들의 인생 소설로 손꼽히는 명작 《스토너》가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발행됐을 때의 표지로 출간된다. 50여 년 전, 이 책의 초판은 출간 1년 만에 절판되었지만 2010년대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신화를 쓴다. 이 책을 두고 평론가 모리스 딕스타인은 “당신이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최고의 소설”이라 극찬했으며, 영국의 유명 작가 닉 혼비,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는 물론 수많은 국내 명사와 독자 역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에디션에서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추천사 전문을 실었다. 또한 초판에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완벽히 재현했다. 주인공 스토너가 평생을 보낸 대학에 있는, 화재로 모든 게 스러지고 기둥만 남은 어느 건물 그림이다. 폐허가 된 자리에서도 기둥만은 불쑥 솟아 괴상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스토너가 받아들인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 부모님의 바람과 달리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꾼다. 전쟁의 열기가 젊은이들을 휩쓸고 갈 때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교수직에 몸담은 뒤에도 출세의 뜻을 내비치지 않는다. 조용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쉬지 않고 열정을 좇아가는 스토너를 보며 특별한 감동에 젖을 수 있다. 평생 한곳에 살았던 스토너가 문학을 통해 자신의 공간을 넘어서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당신 또한 《스토너》 초판본을 통해 이 소설이 견뎌낸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뛰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저자
존 윌리엄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0.06.24

 
새 책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끌려서 구입해 버린 <스토너>. 사실 초판본 표지가 내 스타일이다ㅎㅎ
충동적으로 구매했지만 알고 보니 극찬 일색이네?위대한 소설! 20세기의 걸작! 전 세계 출판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베스트셀러!!!

1965년에 발표되었지만 오랜 시간 잊혀졌다 50년이 지나서야 다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함!! 이 작품이 50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그저 놀랍다. 작품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데 <스토너>가 정말 그러하다.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더욱 공감을 받을 만한 작품!!

극적인 서사, 긴박감 넘치는 전개, 뜨거운 감동.. 나에게는 그 무엇도 해당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몰입해서 읽었고, 뜨겁지는 않지만 묵직하게 울림을 주는 감동이 있었다. 훌륭한 소설이다.
 
 
작품은 스토너라는 한 개인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 대학에 진학하지만, 영문학 수업에서 셰익스피어를  접한 후 문학에 이끌려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다. 세계대전 중에도 대학에 남아 학문에 매진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마침내 영문학과 교수가 된다.

나름 성공한 인생인 듯 하지만 그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쓸쓸하고 가엽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랑하지 않는 부인과 평생을 살며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가정에서의 고립, 동료 교수와의 대립에서도 고집스럽게 지켜낸 신념, 병마와 싸우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죽음까지..
 
 
스토너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인생이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 봤다.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소박한 스토너의 삶.. 하지만 평범한 삶이란 게 있을까.. 누구나 다 사연이 있고 우여곡절이 있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그 선택에 책임지면서, 때로는 성공을 거두고 때로는 좌절도 하면서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희로애락을 마주한다. 우리네 모든 삶이 스토너의 삶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순간순간, 혹은 끝없이 찾아오는 스토너의 외로움과 슬픔이 절실하게 와닿는다. 인생이 정말 항상 기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역경과 고독 속에서도 스토너는 자신만의 길을 간다.
작가는 스토너가 어떤 의미에서 영웅이라고 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인간관계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몰두하여 묵묵히 신념을 지키며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인생이라니!!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하지만 스토너처럼 너무 참으며 살고 싶진 않다. 적당히 발산하며 살고 싶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인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스토너가 반복해서 되뇌는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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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정숙함을 던져버릴 이유가 없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정숙해 보이는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가끔 내가 세계 최고의 헤픈 여자가 된 것 같아요. 헤프지만 열정적이고 신실한 여자. 그 정도면 정숙해 보이나요?

 

욕망과 공부. 중요한 건 그것뿐이죠. 안 그래요?

 

이제 자신은 예순 살이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 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있어.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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