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마음껏 책만 읽어야지 했는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
3월엔 보름 간의 발리 여행으로 독서할 여유가 별로 없었고..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져 독서량이 확 줄었다.
하지만 큰 변화도 있었다.
그동안 일본추리소설로 치우친 편독을 고치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읽은 것 중 절반은 아직도 일본소설이지만 올해는 외국소설, 에세이, 과학 교양서, 인문 교양서, 자기 계발서 등 다양하게 시도했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딱히 없으며ㅋ 그냥 그때그때 삘 꽂히는대로ㅋㅋㅋ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도서관의 비대면 독서모임에 세 차례 참여하며 어려운 책들을 완독해 보기도 했다. 혼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이기적 유전자>!! 정말 매 장을 끝낼 때마다 그만 읽고 싶었는데 독서모임 덕분에 완독할 수 있었다. 보람찬 경험✌️
그리고 1월에 쓴 <라이온의 간식> 리뷰를 마지막으로 독서 리뷰는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ㅠ 꼼꼼히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에너지 소모, 시간 소모가 너무 크다고 판단.. 좀 더 독서에만 집중하고 가끔 꼭 남기고 싶은 것들만 남기는 것으로~~
**작품 리스트는 완독한 순서대로 나열**
1월 - 7권
'츠지무라 미즈키'의 <슬로하이츠의 신 1,2>.
살짝 지루한 1권을 잘 넘기면 2권에서 재미가 팡팡 터지고 결말은 감동이고 희망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다소 이야기가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후회는 없다ㅎ
과거 유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재회를 그린 <유랑의 달>.
소재도 흥미롭고 재미있긴 했으나 끝까지 다 읽고 나니 확 좋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여주는 너무 답답하고 남주의 정체성이 밝혀지고는 뭔가 좀 혼란스러웠다. 영화로도 나왔고 배우들이 연기상을 대거 수상함.
돈키호테 이후 가장 많이 읽힌 스페인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낯설지만 시도해 본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오랫동안 금서였다고 하는데 각종 폭력과 살인 범죄에다 근친살해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지만 책을 읽고 나면 주인공만 나무랄 수는 없게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호스피스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오가와 이토'의 <라이온의 간식>.
작년에 읽은 <토와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긍정, 희망, 의지를 샘솟게 한다. 읽으면서 계속 눈물 그렁그렁ㅠ 눈물을 짜내는 신파극이 아니라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짙은 감동이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느낀 게 많았던 소설.
<코펜하겐 삼부작(어린 시절)>은 말 그대로 삼부작인데 1편만 읽고 그만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자전적 에세이 소설인데, 스르륵 쉽게 읽히진 않았다. 문장의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그 심오한 세계를 단순한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벅찬 느낌.
재일교포 작가 '오승호'의 <폭탄>.
작년 <도덕의 시간>과 <하얀 충동>을 재미있게 읽고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폭탄 살인마와 경찰의 치열한 두뇌 싸움. 연쇄 폭탄 스릴러라는 오락적 요소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을 둘러싼 문제도 담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이 작가가 좋다. 읽으면서 생각하게 만든다.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인물의 심리 묘사는 진짜 탁월!!
1월은 성공적이다. 대부분 재밌게 읽음!!
2월 - 6권
넘나 유명해서 읽어 본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도 포기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완독했다만.. 나의 취향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 스토리, 문체, 분위기 다 내 스타일 아님ㅠ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이석원의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가볍게 스르륵 읽기에 좋았다. 글을 참 편안하고 재치 있게 잘 쓰시는 듯.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 같은데 여성 분과는 어찌 되셨을까 궁금하다ㅎㅎ
장진영의 <치치새가 사는 숲>.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인데 굉장히 흡입력 있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불편하고 적나라한 묘사가 있긴 하지만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거침없는 표현이 내 스타일이었음ㅎㅎ
둘 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나와서 기대하고 읽었던 <미드나잇 스완>과 <오디션>..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고 분량도 짧아 빠르게 읽었다. 스토리 자체는 둘 다 흥미롭고 몰입도도 좋았으나 미드나잇 스완은 너무 안타깝고 슬픈 결말ㅠ
오디션은... 내용만 자극적이고 남는 것은 없었다. 괜히 읽었....
히가시노의 <위험한 비너스>.
내가 이걸 옛날에 읽었더라면 꽤 좋게 받아들였을 수도... 히가시노의 베스트를 알기 때문에 이건 그의 중간에도 못 미치는 작품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3월 - 3권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붉은 박물관>.
호흡이 길지 않은 연작 형태의 추리소설이라 가벼운 추리를 읽고 싶다면 추천. 다음 편인 <기억 속의 유괴>로 이어진다.
히가시노의 비교적 초기작으로 여태 국내에 소개되지 않다가 이제야 번역 출간되어 너무 큰 기대 속에 읽었던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발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다 읽었을 정도로 흡입력은 좋으나 결말이 좀 많이 어이가 없는데.. 너무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 중 다양한 시도를 해 본 작품으로 생각하면 나름 이해할 수 있다.
4월 - 5권
<살육에 이르는 병>은 진짜!!! 19세 미만 구독 불가인 만큼 아주 잔인하고 자극적이지만(참고로 여태 읽은 것 중 역대급 잔인함과 역겨움은 <짐승의 성>이었다) 잔인으로만 끝나면 진짜 욕이 나올 작품인데 진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있다. 그거 하나 때문에 조심스레 상반기 베스트로 올려본다. 추리소설 너무 많이 읽어서 어느 정도 간파하면서 읽는데도 이건 진짜 전혀 예상도 못한!! 서술 트릭의 결정판이다!!
오래된 작품인데 이제야 읽어 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나름 추리 요소가 있는데 실수로 결말을 알고 봐서 재미가 많이 반감되었다.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로도 나옴.
유튭에서 배우 이청아님의 추천목록에 있길래 읽어 본 <태도에 관하여>.
진짜 오랜만에 필사해 가며 읽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삶의 태도에 관한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는데 가슴에 와닿는 말이 많았고 작가님의 가치관에 크게 공감하면서 배우게 된 점도 많았다.
마찬가지로 이청아님의 추천 <명상 살인>!!
중반까지는 솔직히 좀 지겹기도 하고 명상에 관한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내용이 장황한 느낌이었는데 후반부에 완전 몰아친다. 마지막 장을 덮고 완전 희열 뿜뿜!! 근데 이어지는 2편을 아직도 못 읽었다는...
<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품 해설에 언급되어 있길래 찾아본<변호 측 증인>. 마찬가지로 서술 트릭으로 인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복잡한 트릭으로 두뇌 풀가동해서 추리해야 하는 정통 미스터리보다, 단순하지만 허를 찌르는 이런 반전 있는 작품이 난 더 재밌고 놀랍다. 이상하게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떠올랐음!
5월 - 2권
5월부터 도서관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읽은 것은 <이기적 유전자>.
최재천 교수님이 이걸 읽고 눈앞의 안개가 걷히며 사물이 또렷해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기준이 생겼다는데.... 나는 왜 눈앞이 더 뿌예지는 느낌인가요🥲ㅠㅠ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지만 일단 넘 내용이 방대해서 허벅지 때려가며 겨우 완독.
그래서 '이기적 유전자'라는 게 뭔데?? 라고 물으면... 이기적이지만 배려하는, 함께 살아가는 유전자??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다시 또 읽으라면.. 한 번 완독한 것으로 만족ㅋㅋ
독서모임 두 번째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문화예술교양서의 느낌이 강해서 중반까지 정말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중반 이후부터 재밌어지기 시작해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랄까.. 우리 모두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 라는 나름의 정의도 내려보며 보람차게 읽었다.
6월 - 7권
<칵테일, 러브, 좀비>는 4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 맨 마지막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꽤 좋았다.
현재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과거로 세 번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지점으로 갈 것인가.. 안타깝고 슬펐지만 신선한 충격을 준 결말이었다.
서로 자기가 죽였다고 말하는 7명의 범인들.. 과연 누가 죽였을까.. 초반의 흥미진진함에 비해 읽고 나서 너무 후회했던 <7인 1역>..
예전에 재미나게 읽은 '렌조 미키히코'의 <백광>을 생각하며 기대하고 읽었는데 넘나 실망적ㅠㅠ 등장인물들이 많고 여러 사연들이 얽혀 있어서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이미 예측한 결말에 그저 다가가는 느낌으로 반전은 없었다. 스토리도 억지스럽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 부족.
운동에 빠져 있는 내게 지인이 추천해 줘서 읽은 <마녀체력>. 이제 막 피어오른 열정에 더 불을 지피게 되었다지ㅋㅋㅋ 이거 읽고 자극받아 마라톤도 접수했다....ㅋㅋ 운동뿐 아니라 워킹맘으로서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랄까.. 많이 자극받고 배울 수 있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고로 나는 운동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 너무 유명하니 내용도 다 알고 읽었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시대를 앞서 간 발상.. 그러나 고전은 고전.
상반기 내가 베스트로 뽑은 작품 중 하나인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분량이 짧아 서점에서 순식간에 다 읽고 훌쩍훌쩍 눈물까지 훔쳤었다. 어떻게 이 짧은 분량에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아내면서 당시의 사회를 고발하고 동시에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정말이지 천재적인 작가다. 읽고 나서 마음에 돌덩이가 앉은 듯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웬만해선 책을 구입하지 않는 편인데 방금 막 다 읽은 책인데도 바로 구매해버림.
독서모임 세 번째 책으로 읽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이게 왜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건지 모르겠네ㅋ 언제 산 것인지ㅋ
불안의 근원과 해법으로 다양한 것들을 제시하고는 있는데 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받아들이기엔 썩 명쾌하지 않아서.. 작가가 그냥 불안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 다 쓴 느낌...
6월에는 동네 청소년수련관에서 하는 일본어회화수업에 다녔는데 거기서 <도련님>을 원서로 공부했다. 명색이 전공이 일본어인데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을 아직도 읽어보지 않았다니.. 도서관에 가서 얼른 빌려 읽었다. 고전이지만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겠다.
▶ 독서량 : 30권
▶ 장르 : 일본소설 16권, 한국소설 2권, 그 외 외국소설 7권, 인문철학 에세이 1권, 과학서 1권, 자기 계발서 2권, 한국에세이 1권
▶ 도서관 독서모임 : 3권(이기적 유전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불안)
▶ 밀리의 서재 이용 : 8권
▶ 상반기 베스트 : 라이온의 간식, 살육에 이르는 병, 이처럼 사소한 것들
▶ 기대에 못 미친 책 : 오디션,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7인 1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안
▶ 관심 가는 작가 : 아비코 다케마루(살육에 이르는 병), 장진영(치치새가 사는 숲)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했으며, 재미와 가독성을 중시함. 작품성 같은 건 잘 모름**)
다음 주 복직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 우울하다...ㅋㅋ
그래도 앞으로 읽어 나갈 재밌는 책들을 생각하면 조금 힘이 난다.
하반기도 즐겁게 독서하며 화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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