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저자 : 오가와 이토(小川糸)
번역 : 권남희
일본초판 : 2019.10.10.
한국발행 : 2021.11.30.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수상 : 2020 일본 서점대상
인생의 마지막에 다시 한번 먹고 싶은 간식은 무엇인가요?
'죽음'을 테마로 한 소설로서, 호스피스에 머무르는 말기 암 환자들이 죽기 전에 먹고 싶어 하는 간식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죽음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2020년 일본서점대상 2위를 차지했고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https://pictus44part2.fc2.net/blog-entry-395.html
줄거리
라이온의 집은 호스피스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받아들인 자만을 받아들여 주는 곳
186p
호스피스 병원 '라이온의 집'에서는 일요일마다 간식 시간이 열리는데, 게스트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다시 한번 먹고 싶은 간식을 사연과 함께 써내면 그중 하나를 추첨으로 뽑아서 만들어 먹는다.
주인공 시즈쿠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서른세 살의 미혼 여성.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생의 마지막 나날을 조용히 보내기 위해 세토우치섬에 있는 '라이온의 집'에 왔다. '라이온의 집'에서 만난 따뜻한 집사 마돈나 씨와 다양한 사연을 가진 말기 암 환자들과, 설렘을 주었던 포도밭 청년 다히치, 무엇보다 큰 기쁨이고 사랑이었던 강아지 롯카와 함께 바랐던 대로 짧은 여생을 평온하게 보낸다.
-출처: 옮긴이의 말
인상적이었던 장면
1. 포토밭 청년 다히치와의 해변 산책에서 둘의 키스 장면
시즈쿠가 먼저 다히치에게 입술을 갖다 댄다. 살포시 입술을 얹는 정도가 아니라 마구 뜯어먹듯이 입술을 탐닉한다. 어느새 다히치도 그에 응해 서로 격정의 키스를 나눈다. 둘은 서로 울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이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시즈쿠는 격정의 키스를 통해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더 살고 싶다는 절규로 보여 마음이 아팠다.
2. 라이온의 집에서 가장 어린 게스트인 모모의 죽음
시즈쿠가 모모의 귓가에 대고 '천국에 가면 같이 놀자. 나도 바로 갈 테니까. 또 만나자'라고 말할 때 책을 덮고 펑펑 울었다.
3. 시즈쿠와 이복 여동생 고즈에의 만남
아빠의 재혼으로 혼자 따로 살게 되면서 겪었을 외로움과 슬픔, 상실, 결핍.. 아직 창창할 나이에 병들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만약 내가 시즈쿠라면 아빠와 이복 여동생을 원망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당신들 때문이야 하고..
시즈쿠는 원망은커녕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시즈쿠의 그 마음의 자세가 너무 갸륵하고 위대하다고 느꼈다.
나도 씨를 뿌린 것이다.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듯한 내 동생. 내가 한때 맛본 고독과 안타까움과 초조함은 고즈에라는 생명을 키우기 위한 양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았다. 그 시간도 절대 헛되지 않은 것이었어.
259p
나의 리뷰
작년에 오가와 이토의 <토와의 정원>을 읽고 엄청 큰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니.. 이번에 읽은 <라이온의 간식>도 마찬가지였다. 오가와 이토 표 따뜻하고 훈훈하고 선함이 가득 묻어 나오는 이야기^^
'라이온의 집'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백수의 왕인 사자는 적이 덮칠 거란 걱정이 없어서 안심하고 먹고 잘 수 있다. 즉, 안심하고 먹고 잘 수 있는 곳. 그래서 라이온의 집인 것이다. 읽는 내내 정말 편안했고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삶은 소중한 것, 죽음은 두렵지 않은 것"
그러나 죽음은 겪어 보지 않아 뜬 구름 위의 이야기처럼 현실감이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런 막연하고 진부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말기 암 환자인 주인공 시즈쿠를 포함해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에 머무는 다양한 게스트들의 사연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무겁지 않고 산뜻하게, 너무 희망 뿜뿜은 아니면서도 감동적으로,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다.
죽음은 삶에 이어지는 다음 페이지일 뿐이구나
- 옮긴이의 말 -
산 자들이 죽음을 경험하지도 않고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죽음'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하며, 나 또한 소설을 다 읽은 지금은 매우 깊이 작가님의 이상에 동의하는 바이다.
아픈 것은 고통이지만 죽음은 고통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삶은 소중한 것, 죽음은 두렵지 않은 것.. '죽음은 삶에 이어지는 다음 페이지일 뿐이구나'하는 담담함이 전해져 온다.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한 번 생각을 해봤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고 싶다.
남편보다 먼저 죽고 싶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고 싶다.
삶의 미련과 후회 없이 죽고 싶다.
모두 다 내 맘대로 안 될 것 같다. 특히 마지막은 그냥 불가능이지 않을까? 미련과 후회는 살면서 늘 짝꿍처럼 옆에 붙어 있는 것이라 죽을 때까지도 옆에 붙어 있을 것만 같다. 불가능인걸 알면서도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살면서 너무 많은 걸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매일매일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미련과 후회도 적지 않을까. 어렵겠지만..
불행을 한껏 들이마시고, 토하는 숨을 감사로 바꾸면 당신의 인생은 곧 빛이 나겠지요
83p
지금이라는 순간에 집중하면 과거 일로 끙끙 앓는 일도, 나중 일로 걱정하는 일도 없어진다. 내 인생에는 지금밖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
246p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
(접은 글 클릭하면 보여요!)
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복 받은 것인가. 행복은 정작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사소한 불평불만을 흘리면서 평범한 매일을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9p
앞으로는 더 솔직하게 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추한 부분도 미숙한 부분도 전부 인정하고 솔직해지자. 아픈데 아프지 않은 척하고 힘든데 태연한 척 웃는 것도 그만하자. 착한 아이를 졸업하자.
45p
마음 어디를 어떻게 찾아도 행복 이외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64p
인생, 뜻대로 되지 않는 것뿐이네요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장애를 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
84p
QQL(삶의 질)도 QQD(죽음의 질)도 내게는 남은 인생의 전부로, 어떻게 살지와 어떻게 죽는지는 같은 문제였다.
149p
모모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아직 인생이 계속되고 있는데 죽음만 생각했다. 그것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모가 가르쳐 주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살고 싶다, 더 더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거라고. 그 사실을 그저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열심히 사는 게 인생을 완수하는 것이다. 모모는 그야말로 모모에게 주어진 짧지만 진한 인생을 완수했다.
176p
저는요, 죽는다는 건 최대급 오르가즘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답니다.
184p
살고 싶다. 이 몸인 채로 더 더 오래 살아서 이 세상에 머물고 싶다.
186p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 어차피 인생은 끝나니 자포자기할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마음껏 인생을 음미하는 것.
190p
고즈에를 만나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인생 마지막 보너스다. 모든 것은 내 인생의 결과. 살아온 시간의 결정이 지금이다. 그러니까 내가 내 인생을 축복하지 않으면 누가 축복하겠는가?
243p
돌아보면 얼마나 심오한 인생이었던가. 나는 이번 인생에서 단맛 신맛 모두 경험했다. 내 인생은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배우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244p
오늘이라는 날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건강한 시절의 몸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건강한 시절의 마음은 되찾았다. 그 사실이 지금 너무나 자랑스럽다. 고마운 마음이 내 안에서 봄바람처럼 살랑거린다.
247p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바뀔 기회가 있다"
역전 만루 홈런이 아니어도 돼요. 그렇게 간단히 삶의 방식을 바꿀 수는 없는 것. 하지만 자기 인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바꾸려 노력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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