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마지막 독서기록을 장식할 책이네요. 바로 영미 소설 <테라피스트>입니다.
올해 읽은 책 중.. 일본 소설이 아닌 것으로는 '파친코' 다음으로 두 번째네요..;;
작가의 데뷔작 <비하인드 도어>를 재작년에 진짜 재미있게 읽었었어요!! 그때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테라티스트>의 작가가 'B.A. 패리스'란 걸 알고 바로 밀리의 서재에 담아뒀는데 한참 방치했다가 이제야 읽었네요😅
저자 : B.A. 패리스
번역 : 박설영
출판 : 모모
발행 : 2021.12.06.
1. 줄거리
(출처: 출판사 서평)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앨리스와 레오는 런던에 있는 고급 주택 단지에 막 이사 온 참이다. 집들이 파티 날, 이웃집 손님들이 대부분 도착하고 난 후 한 남자가 방문하는데 앨리스는 그를 이웃에 사는 톰으로 착각하고 집 안을 구경시켜준다. 앨리스와만 얘기를 나누고 조용히 사라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가 곧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으며 그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앨리스는 연인 레오의 수상한 행동, 이웃인 탐신의 묘한 적대감뿐만 아니라 집에서 자꾸 느껴지는 인기척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새집에서 과거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집들이 때의 낯선 방문자에게 듣게 된 앨리스. 진상을 알게 될수록 집에, 특히 그 사건이 일어난 침실에 머무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감정에 빠져든다. 게다가 살해당한 여자의 이름인 '니나'가, 자신의 죽은 친언니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앨리스는 이 사건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그토록 사이가 좋았던 니나와 올리버 부부는 왜 살인과 자살이라는 무서운 결말에 이르게 되었을까. 올리버가 진짜 니나를 살해한 것일까? 레오는 왜 이 모든 사실을 앨리스에게 숨기고 이 집에 들어온 것일까?
앨리스는 레오를 비롯해 이웃의 윌, 코너 등을 니나를 죽인 범인으로 차례대로 의심한다. 사람들은 앨리스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기며 앨리스가 왜 그토록 니나 사건에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앨리스의 모든 생각을 망상으로 몰아간다.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앨리스의 망상일까?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진짜 살인범은 아직 이곳에 있어..
2. 리뷰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고 추리하게 만드는, 계속 의심하면서 읽어야 재미가 있는 책이네요.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수많은 가설을 내리면서 보게 되는 책!! 이 의심 저 의심, 의심 끝판왕입니다 ㅋㅋ
새로 이사 온 집이 알고 보니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던 곳이며, 주인공이 그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흥미진진한 소재입니다.
초반부는 전개가 느려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초반을 잘 견디면 그 이후는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뒤로 갈수록 휘몰아쳐요.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의심해 보면서 범인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결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문체가 굉장히 쉬워서 읽기에 편했고 묘사도 사실감이 있어서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어요. 주인공 앨리스가 집 안에서 정체 모를 인기척을 느낄 때는 저도 같이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등줄기가 싸늘해지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면 묘사가 탁월해서 감탄했습니다.
순간 숨 막히는 정적에 휩싸이며 누군가 여기 있었다는, 외부인이 우리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완벽한 고요에 사로잡힌 채 서 있으니 또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쾅하고 때린다. 난 이 집이 싫다.
- 4장 -
집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신경과민한 앨리스의 착각인 듯 하지만 결국 그 인기척은 실제였습니다. 밤중에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앨리스에게 두려움을 주입시키기 위함이었죠...
** 접은글 안에 범인의 정체가 나와 있으므로 책 읽지 않으신 분은 클릭 금지!!
로나 아주머니가 그자를 들여보낸 게 사실이면, 그자가 정말 존재한다면 왜 그자가 니나의 살인범일 거라는 생각을 안해요? 우리가 아니라 그자를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면, 그자가 왜 당신 집들이에 나타났겠어요?
순간 소름이 돋으며 세상이 움직임을 멈춘다.
- 43장 -
사실 반전은 크게 놀랍지 않았습니다.. 범인의 정체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았다면 '반전'이겠지만 중반 이후에 어느 정도 감이 왔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분이라면 좀 싱거운 결말이라 아쉬울 수도 있으나 결말보다는 의심하고 추리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거죠. 다만 의심에 의심으로 너무 끈다는 느낌이 있어 루즈해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요.
로나 아주머니의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리스가 전혀 의심하지 않고 너무 쉽게 믿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면 의외로 쉽게 보입니다. 그 인물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눈여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작가의 언급이 전혀 없어 오히려 더 의심이 강해졌어요ㅋㅋ
모든 것이 나를 경계하게 만든다. 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의심한다.
- 39장 -
내 머릿속 절반은 내게 위험하다고 말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게 허구라고 말한다.
- 40장 -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벤도 연루돼 있을까? 만약 팀이 니나를 죽였으면 벤은 공범일까? 그러면 마리아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전혀 무고할까, 아니면 이브와 탐신, 심지어 윌과 코너까지 함께 공모한 걸까? 아니면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니나를 죽이고 올리버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고 처음부터 공모한 걸까? 내가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를 이리저리 조종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 43장 -
신경쇠약과 망상에 빠져버린 앨리스의 불안과 초조, 혼란스러운 심리상태가 스토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읽다 보면 괜히 같이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다. 결말이 완전히 드러나고 나면 왜 이렇게 앨리스는 멍청했나. 그리고 나는 또 왜 같이 멍청해졌나 싶어요.. 앨리스의 내면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녀는 결핍이 있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행복은 나비와 같다. 쫓으면 쫓을수록 더 멀리 도망가버린다. 하지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절로 날아와 어깨 위에 사뿐히 앉을 것이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안심한다. 이 구절은 언제나 먹힌다.
또 한 명이 늘었다. 내 시간을 낭비하고, 나를 헛되이 애태우고, 상담하는 동안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유혹해놓고, 나를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 과거 -
**스포 포함**
중간중간 등장하는 '과거' 파트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어 처음에는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집니다. 누가 누구에게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듯 하나 도무지 알 길이 없어요. 작가가 휙 던져 놓은 불가사의한 과거 파트. 그게 또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은 범인이 피해자를 낚을 때마다 쓰던 말이었습니다. 결국은 과거 파트에 실마리가 있었어요. '테라피스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범인은 테라피스트를 가장하여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그들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조종했던 것입니다.
그(레오)가 옥살이를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용서하지 못한 건 그의 범죄 이력이 아니라 질투 때문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데, 그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속죄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샘났다.
살아요. 당신 몫의 인생을 살아요. 지난 20년 동안 과거 속에서 살았잖아요. 이제 온전한 삶이 주어졌으니 죄책감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니까.
- 6개월 후 -
어찌 됐건 앨리스의 집착 덕분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만 그녀에게는 또 한 번의 끔찍한 기억이 되겠죠. 하지만 죄책감에 몸서리치던 과거의 사건과는 다릅니다. 이 일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결론을 얘기하자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볼 것은 그 후에 무엇이 남나?..입니다. '범인은 과연 누구?'라는 결말을 위해 달려가다 보니 결말만이 강하게 남아 있고 독서 후의 여운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감동과 여운이 있고, 결말을 알고도 두 번, 세 번 보고싶다'는 절대 아닙니다. 딱 킬링타임용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사실 킬링타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잖아요. 시간 순삭할 수 있는 가독성도 독서에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개인적으론 가족 간의 정서적 폭력을 다룬 데뷔작 <비하인드 도어>가 더 임팩트가 강하고 결말도 충격적이었어요. 딱 두 작품만 읽고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작가는 이런 류의 심리 스릴러를 굉장히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요^^
3. 그 외 인상적인 문장들
창밖을 내다보다가 이 위치에서 단지 내의 집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대로 다른 집 창문도 눈동자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린다. 그래서 단지를 원형으로 지은 걸까? 모든 집이 서로를 지켜볼 수 있도록?
- 5장 -
이미 관계가 돈독한 무리에 들어갈 땐 조심하는 게 좋아. 특히 서클처럼 작은 공동체에서는 더더욱.
- 7장 -
그녀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 하지만 결국 생각을 그녀의 죽음에서 삶으로 억지로 돌리고,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해하며 잠에 빠진다.
- 11장 -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데다 그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풀 수가 없어요. 혹시나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면 다들 뭔가 숨기고 있는 거예요.
- 40장 -
다들 올리버한테 참담한 심정이에요. 그가 범인이라고 너무 순순히 받아들였어요. 평범한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니나의 살인범이 잡혔다고 어떻게든 믿고 싶었어요. 우린 쉬운 길을 택했고, 평생 이 짐을 안고 살겠죠.
- 6개월 후 -
이제 올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네요ㅠㅠ
연말엔 항상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가는 해를 붙잡고 싶진 않으나 한 살 더 먹는 것도 싫고... 시원섭섭한 마음입니다. 올해를 돌이켜보니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이 많았지만 후회와 미련도 남네요. 이걸 할걸.. 저건 하지 말 걸.. 책도 더 읽을 걸.. 하지만 지나간 일은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3년을 반갑게 맞이하자고요~!! 내년에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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