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흑백>에 이어 미시야마 변조 괴담 시리즈 2권인 <안주>를 읽었습니다.
1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안주> 또한 기대가 되었는데요~~
들어가기에 앞서 1권인 <흑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제가 쓴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https://kiyora.tistory.com/m/38
저자 : 미야베 미유키
번역 : 김소연
출판 : 북스피어
출간 : 2012.08.23.
일본 초판 : 2010.7.
원제 : あんじゅう
제목인 '안주(暗獸, あんじゅう)'에 대해 살펴보자면, 세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 그대로 책 제목이 된 것인데, 한자 그대로 '어두운 짐승'이란 뜻입니다. 한자를 일본어 음독으로 읽으면 '안주(あんじゅう)'가 되며, 훈독으로 읽으면 '구로스케(くろすけ)'가 됩니다.
1. 초반 줄거리
(출처 : 출판사 서평)
흑백의 방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는 것이 규칙입니다.
에도 간다에 있는 미시마야는 장신구와 주머니를 파는 주머니 가게이다. 비록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주인 이헤에와 안주인 오타미의 부지런한 연구와 노력으로 지금은 에도에서 이름난 주머니 가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미시마야에는 멋스러운 주머니 이외에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주인 이헤에가 최근에 재미를 붙인 특별한 도락으로, 실제로 있었던 괴담을 모으는 괴담 대회이다. 이야기를 하는 장소는 미시마야 한편에 마련된 '흑백의 방'. 본래는 이헤에가 바둑을 두는 곳이지만,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진귀한 이야기들을 흑백의 구분 없이 청해 듣는 장소가 되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한 번에 한 명.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이 역시도 단 한 명, 이헤에의 조카딸인 '오치카'다.
에도에 신부 수업을 하러 찾아오는 또래의 여느 아가씨들과는 달리, 오치카는 평소에 미시마야의 안채에서 하녀처럼 부지런히 일한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이어가며 가슴속에 묻어둔 '어떤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도 흑백의 방에 기이한 이야기를 품은 손님이 찾아오면, 오치카는 하녀에서 미시마야의 간판 아가씨로 변신하여 손님을 맞이한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오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1장 - 달아나는 물(逃げ水) : 사람들에게 잊혀 버린 산신과 인간 소년의 깜찍한 우정
- 2장 -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藪から千本) : 한 사람이 죽고 나서도 모든 걸 똑같이 해야 한다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쌍둥이 자매의 가련한 이야기
- 3장 - 안주(暗獣) : 무너져 가는 빈 저택을 홀로 지키는 기이한 생명체 구로스케의 이야기
- 4장 - 으르렁거리는 부처(吼える仏) : 한 마을을 파멸로 몰고 간 한 남자의 무서운 원한
흑백의 방에서는 이럴 때가 있다.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함에 따라 처음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내용이 줄줄 나오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가 힘을 얻어 덮여 있던 것을 뒤집고 숨겨져 있던 것을 밝은 곳으로 끌어낸다.
-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 中 -
2. 리뷰
시리즈 1권인 <흑백>이 무겁고 슬픈 느낌의 괴담이었다면, <안주>는 좀 더 가벼운, 따스하고 귀여운 느낌의 괴담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치카 또한 흑백에서보다 좀 더 편안하고 기운차 보였으며 이제는 흑백의 방 청자의 역할에 완전히 익숙해진 듯 보였어요. 심지어 괴담을 들려줄 화자를 찾아 나서며 즐기는 모습마저 보여줍니다.ㅎㅎ
네 개의 이야기 중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뭐 이리 기괴한 이야기가 다 있나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은근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요.
장남 부부에게서 쌍둥이가 태어나자 시어머니는 쌍둥이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둘째를 차남 부부와 함께 분가시켜 따로 살게 하는데요. 이 집안의 모든 원흉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처음엔 근거 없는 미신에 사로잡혀 분노하며 저주를 퍼붓는 시어머니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쌍둥이 중 언니인 오하나가 죽은 후 오하나의 인형을 만들어 동생인 오우메가 하는 것과 똑같이 인형을 조종하는 것을 보곤... 시어머니만 이상한 게 아니라 온 집안사람들이 다 같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싶었어요...
표면적으로만 보면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모순점이 많아 쉽사리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많았는데요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죽은 언니에 대한 오우메의 미안함과 죄책감, 하나 남은 딸인 오우메에 대한 친부모(장남 부부)와 양부모(차남 부부)의 불안과 질투, 하나의 재산을 나누어 만든 두 가게의 경쟁심과 비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얽혀 있습니다.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저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했고 결국엔 없는 유령도 만들어내고 그것에 휘둘리며 괴로워합니다. 정말이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안 해도 될 마음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웠어요ㅠ
서로 '좋은 얼굴'을 보이려 노력한 나머지
어떻게 하면 '좋은 얼굴'을 그만두고 얼굴을 찌푸릴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스미요시야 사람들
일본인의 심리 특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혼네(본심)와 다테마에(표면적 행동)가 극단적으로 반영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솔직한 한국 사람들에겐 아마 화병 나는 이야기일 텐데요.. 이 가족들은 서로 너무 눈치 보고 솔직하지 못한 나머지 오랜 세월 다테마에를 내세운 끝에 자신의 마음과 형편은 돌보지 못했고 사태를 악화시킵니다. 인형에 바늘을 꽂은 그 마음은 아마 혼네였겠죠.. 마음속에 서서히 쌓인 일그러진 본심이 아니었을까요? 그래도 자신의 딸이 아파할 걸 알면서 인형에 바늘을 꽂는 심리는 대체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책의 제목이자 세 번째 이야기인 '안주'는 너무 귀엽고 안쓰럽고 또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였어요.
신자에몬은 은퇴 후 살게 된 요괴 저택에서 검은 생명체 안주(구로스케)를 만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구로스케에게 정이 들게 됩니다. 처음엔 구로스케에게 무덤덤하던 신자에몬이 점차 구로스케를 돌보고 귀여워하는 모습에서,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와 고양이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어요. 고양이를 집에 들이면 밖에 내쫓겠다던 아버지, 첫째 고양이가 집에 왔을 때 어느새 그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져 우쭈쭈하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더라구요^^
구로스케가 자꾸 작아지며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 감을 알면서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부의 곁에 머무르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가엽고 애처로웠어요. 구로스케를 위해, 구로스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신자에몬과 하쓰네 부부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 같아서 안주 이야기에선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ㅠㅠ 저택은 타버리고 없지만 구로스케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얘야, 구로스케. 섭섭하냐. 나도 섭섭하다.
너는 또 혼자가 되겠지. 이 넓은 저택에서 홀로 살게 될 게다.
하지만 구로스케. 같은 고독이라도, 그것은 나와 하쓰네가 너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다.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다. 하쓰네도 너를 잊지 않을 게야. 멀리 떨어져서 따로 살더라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을 게다.
달이 뜨면, 아아, 이 달을 구로스케도 바라보고 있겠지. 구로스케는 노래하고 있을까. 꽃이 피면, 구로스케는 꽃 속에서 놀고 있을까.
얘야, 구로스케. 너는 다시 고독해질 게다. 하지만 이제는 외톨이가 아니란다. 나와 하쓰네는 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안주>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론 1권인 <흑백>이 좀 더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흑백>은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고 마음에 돌덩이가 앉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만큼 여운이 더 진하게 남고 오치카의 내면을 풍부하게 묘사하여 감정적으로 더 이입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많이 상반되는데 이 또한 작가의 계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1권에서 무겁고 슬픈 괴담을 맛보게 한 후 2권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따스한 괴담을 선보여 독자들에게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거죠.
책 후반부로 갈수록 오치카의 마음에 '아오노 리이치로'에 대한 감정이 스르륵 피어오르는 듯해서 내심 흐뭇했어요. 왠지 다음 3권에서는 아오노 선생과 오치카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치카가 더 이상 과거의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마음의 무리는 어둠에서 생겨나고 어둠을 부른다.
내 안에 그런 무리가 끼어 있다. 틀림없이 아직도 계속 끼어 있으리라.
언젠가 그것이 깨끗이 갤 때까지, 그러기를 바랄 수 있게 될 때까지,
오치카의 괴담 자리는 계속될 것이다.
- 별난 괴담 대회, 그 후 中 -
3. 그 외 인상적인 문장들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그때마다 죽는다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다. 오치카에게 일어난 일은 엄청난 불행이지만, 불행한 걸로 따지자면 세상에는 훨씬 더 가혹한 일도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다. 오치카라면 틀림 없이 그 사실을 깨닫는 날이 오리라.
- 서 별난 괴담 대회 -
신이든 인간이든 대개 마음이 있는 존재라면 언제가 가장 쓸쓸할까.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란다.
- 달아나는 물 -
사람은 마음이라는 그릇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몰래 간직하고 있다. 그 그릇에서 넘쳐 나오는 말을 접함으로써 오치카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을, 평범하게 살았다면 평생 볼 일이 없었을 것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끌리고 있다.
맛있는 차, 예쁜 철쭉, 좋은 날씨, 그런 작은 것이 바로 행복이지요. 하지만 고민을 하나라도 안고 있으면 어떻게 해도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말아요. 부족한 일, 힘든 일, 고민스러운 일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 버려서.
소문이 진실인지 본인들이 말하는 게 진실인지, 저는 몰라요. 양쪽 다 조금씩 사실이고 조금씩 거짓이거나, 불리한 부분을 생략했거나 작은 일을 과장스럽게 부풀리거나 했겠지만.
-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 -
이 저택의 고독이 만들어 낸 구로스케는 저택이 고독하지 않게 된 지금, 말하자면 '뿌리'를 잃었소. 저택의 고독을 없애고 쓸쓸함을 씻어낸 나와 당신이라는 사람의 기운은, 이제 구로스케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오.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에게 사람은, 그것을 없애는 존재다.
나오타로와 구로스케는 닮았다. 어리고, 고독하지만 그 고독을 견뎌야 한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견뎌야 한다. 너는 고독하지만 외톨이는 아니다. 네가 이곳에 있는 것을. 너를 생각하는 사람은 알고 있다. 떨어져 있기는 해도 올려다보는 달은 같다. 바라보는 꽃은 같다. 떨어져 있어도 그것을 의지와 위로로 삼아 살아가자.
옛날에 나는 사람을 싫어했다. 비뚤어지고 고독을 좋아해서 그저 학문에만 매진하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자랑스러워했지. 당치도 않은 자만이었어. 세상에 섞이고 좋든 나쁘든 사람의 정에 닿지 않는다면 학문이 무슨 소용이고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구로스케는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 옆에서는 살 수 없는 그 기교한 생명이, 내 오만에 충고해 준 것이다.
- 안주 -
사람의 고삐, 사람의 양심이다.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고 그 생사여탈을 쥐었을 때, 그 고삐가 어이없이 풀릴 때가 있다. 특히 무리를 믿고 일을 벌일 때에는.
이봐, 도미이치! 부처님의 자비를 믿어줘! 네가 발견한 부처님은 지금도 네 안에 있다.
사기가 쉬운 까닭은,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말로만 술술 토해내어 다른 이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말하는 일이 어려운 까닭은, 자신도 믿기 힘든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하기 때문이겠지요.
- 으르렁거리는 부처 -
이제 3주 뒤면 2022년도 빠이빠이네요~~
한 해 마무리는 잘하고 계신가요?^^
저는 올해 목표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내년 목표도 세워보고 독서 리스트도 정리해보고 그러는 중이랍니다~~😙
저는 독서를 함에 있어 '마음 가는 대로 재미있는 것을 읽자'가 저의 일관된 모토였는데 내년에는 제가 멀리했던 분야(자기계발, 경제, 육아, 인문학 등)도 조금씩 읽어보려구요.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만 읽으며 독서를 일과 육아의 도피처로만 삼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로도 활용해 보려구요. 늘 마음은 굴뚝같은데 실천이 어렵지만요ㅜ
올해 티스토리도 시작하고 독서 기록도 해보며 나름 도전하는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도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도전들을 해보려구요^^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도 즐거운 독서 생활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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