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본 추리 소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 - 미야베 미유키

키요라 2022. 12.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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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냐 하면요..
미시야마 변조 괴담 시리즈 1권인 <흑백>, 2권인 <안주>를 읽고 리뷰를 올렸었는데요 이어서 3권인 <피리술사>를 읽으려고 보니 그 사이 밀리의 서재에서 이제 더 이상 미야베 미유키의 도서를 서비스하지 않는답니다ㅠㅠ 미미여사의 작품이 밀리의 서재에서 다 사라졌어요ㅠㅠ 급하게 동네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도서관에도 없습니다. 좌절..😭
아쉬운 마음에 빌려온 것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 입니다~~
<피리술사>의 대신이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럼 리뷰해 볼게요~~

출처 : 교보문고

작가 : 미야베 미유키
번역 : 이영미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2.01.20.
일본 초판 : 1995년
원제 : 夢にも思わない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숨은 초기작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인 '나오키상'의 심사위원이기도 하죠.
작가의 초기작이라는 이 작품은 초판이 1995년이라고 하니 거의 30년이 다 된 작품인데요. 30년 전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습니다.
알고 보니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 이전에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가 먼저 나왔고 이 둘은 '단짝 시마자키 시리즈'로 불린다네요. 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후편을 먼저 읽어버렸어요;;^^ 순서는 바뀌었지만 스토리가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기에 읽기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단짝 시마자키 시리즈) 출처 : 11번가



1. 초반 줄거리

(출처 : 출판사 서평)

평화로운 동네에 드리운 범죄의 암운
호기심도 체력도 왕성한 두 소년이 다시 한번 해결에 나섰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오가타 마사오'는 남몰래 짝사랑해온 반 친구 '구도'를 만날 셈으로 여름밤 도심 속 작은 공원에서 열리는 '벌레 울음소리를 듣는 모임'에 나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젊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 신원이 구도의 사촌언니인 스무 살 '모리타 아키코'로 밝혀지면서 마사오와 그의 단짝 친구 '시마자키'는 예상치 못한 소동에 휘말린다. 아키코가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뒤 일명 '회사'라 불리는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에 있었으며, 새로 일할 사람을 스카우트할 목적으로 몇 년간 소원했던 구도에게 접근했음이 수사를 통해 드러나자 충격의 여파는 점점 거세지는데...



2. 리뷰

중학생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라 사실 본격 추리라기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역시나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답게 '미성년자 성범죄'라는 주제를 다루었네요. 주제는 무겁지만 중학생 '마사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쉽고 문장에 유머도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우선 가독성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반나절 정도만에 다 읽은 것 같아요.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했고 이리저리 너무 복잡하지도 않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어요. 다만 그러한 극강의 몰입감 속에서 맞이한 반전은... 좀 더 강렬한 사건의 내막과 허를 찌르는 범인을 기대한 것에 비해 다소 허무하고 씁쓸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요..



경찰 앞을 가로막은 것은 도무지 해석할 길이 없는, 개인의 마음속에서만 동기가 해명되는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범죄라고 해. 여자나 아이를 납치해서 죽이는 범죄. 아무 원한도 없는, 그냥 길 가는 사람을 잔인하게 폭행해서 죽이고 내버리는 식의 범죄 말이야.
- 267쪽, 시마자키 -

30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 휴대전화도 없이 발로 뛰는 시절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는 듯해서 시대적인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곳곳에서 흉흉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우리 마음속의 문제들도 마찬가지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청소년들이 범법 행위에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 어찌 이리 비슷한지 놀랍고 또 안타까웠습니다.



어린아이는 당연하게 부모가 있는 집에 자기 자리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태어났으니 여기 있고, 여기가 '집'이라고.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거처'는 있다. 그렇지만 그 '거처'는 어디까지나 '받은' 것이며, 그것에 늘 감사하고, 거처를 제공해준 사람에게 충분히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언제 빼앗기고 쫓겨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버린 사람도 있는 것이다.
- 130쪽 -

아키코의 내면에서는 다른 누구보다 구체적인 미움의 대상이었던 구도. 아키코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깎아내리고 끌어내리고 싶어 했던 구도. 나는 불현듯 악마에 홀린 것처럼, 끔찍한 가능성을 생각했다. 아키코가 그렇게까지 구도를 미워한 것은, 구도가 자신에게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늘 얕잡아 보이는 인간은 어떻게 될까. 늘 무시만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 341쪽, 마사오 -

의붓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정에서 설 곳을 잃은 아키코에게 몸을 둘 '거처'는 있었을지언정 마음을 둘 '집'은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돌다 성매매 조직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아키코가 너무 불쌍하다가도.. 사촌인 구도에 대한 질투심으로 어린 동생을 성매매에 가담시키려는 그 끈질긴 모습에서는 인간 내면의 악함을 보았습니다...
아키코는 부모님과 행복한 가정 속에서 사는 구도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불행함을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동생도 불행해지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알고 보니 구도도 아키코만큼 나쁜x..ㅋㅋ 마사오도 시마자키도 그걸 알기 때문에 구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고요.



우리는 지금 모두 '익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익명으로는 뭘 해도 상관없다. 또한 익명인 자의 행동은 뭐든 '그런가보지'하고 넘어가버린다. 내가 느낀 것처럼 '왠지 소설 속 얘기 같다'고 중얼거리며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너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세상의 일부와 가까스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 84쪽 -

우리가 어른들과 다르다는 환상은 버려. 십대든 청년이든 중년이든 연금생활을 하는 노인이든 인간은 다 똑같아. 타인의 불행은 꿀맛이거든.
- 85쪽, 시마자키 -

'타인의 불행은 꿀맛이거든'이라는 시마자키의 대사가 씁쓸합니다..
작가는 '나만 괜찮으면 타인은 불행해져도 상관없다?'라는 식의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사고방식을 꾸짖고 있는 것 같아요. 익명으로 저지른 나의 작은 죄 따위에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내 행동으로 타인이 얼마나 불행해질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오히려 즐거워하기도 하는) 세태를 아키코와 구도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줄 알았던 일상 속에서 어린 중학생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과 그 과정에서 마사오가 느끼고 배운 것들, 시마자키에 대한 우정과 질투, 구도에 대한 사랑과 배신감, 연민... 마사오는 이를 통해 많이 아프지만 크게 성장했을 테지요.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14살 중학생인 마사오와 시마자키가 탐정 흉내를 내며 사건을 쫓는 과정은 '명탐정 코난'을 연상시키며 분명 흥미진진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일 테지만요.. 경찰 및 사건과 관련된 주요 어른들이 중요한 기밀사항을 중학생들에게 어쩜 이리 쉽게 알려주고 도움을 요청하는지.. 너무 현실적인 저는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어요. 시마자키가 아무리 비상하고 똑똑하다 하더라도 마지막 총격전이 벌어지는 현장에 비장한 모습으로 출동(?)하여 중요한 증거품을 빼돌리는 장면에서는 '읭? 얘네 14살인데?? 14살은 정말 너무 애기들인데??..ㅋㅋ'
적어도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었습니다;; ㅎㅎ

주인공 마사오와 시마자키 콤비의 캐릭터 설정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친인 시마자키를 계속 의식하며 자신과 비교하는 마사오가 안쓰러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귀여웠어요ㅎㅎ 그에 비해 시마자키는 뭐랄까.. 코난 같은 느낌이랄까^^ 뛰어난 두뇌와 관찰력으로 예리하게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비상함에 나도 모르게 우와 하게 되는 영웅적 캐릭터.. 이 전혀 다른 성격의 마사오와 시마자키 콤비의 활약이 더 보고싶어지네요!! 시리즈의 전작인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일본판 표지) 출처 : www.amazon.co.jp



3. 그 외 인상적인 문장들

현대사회에서 젊은 여자가 성매매를 한다는 이야기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딘가에 실재하는 누구'의 이야기일 경우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일 경우다. 그들에게 이름과 얼굴이 붙으면, 게다가 그 이름과 얼굴이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이면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거리감이라는 갑옷이 사라지고 노골적이고 생생한 감정이 드러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 감정은 더할 나위 없이 보수적이다.
- 83쪽 -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푹 빠져 있는 사람은 '~니까 좋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이유 따위를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구도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른다. 그냥 좋을 뿐이다.
- 105쪽, 마사오 -
지금은 모든 범죄가 개개인 마음의 문제가 되었다고. 옛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상층부의 권력이 쥐고 있던 시커먼 부분이, 지금은 갈가리 분해되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 버렸대. 그래서 이따금 문득 허무해진대. 우리는 과연 무엇을 상대로 싸우고 있나 싶어서. 옛날처럼 마땅히 무찔러야 할 '거대한 적'이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야.
- 267쪽, 시마자키 -
나라를 뒤흔드는 음모나 사회를 구성하며 비롯된 불공평과 빈곤, 혹은 이데올로기에 강한 자극을 받은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마음속 욕망과 욕구라는, 지극히 기본적이지만 어찌 보면 외부인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지. 마음은 추측하거나 해석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경위님이 말했어.
최근에 범죄를 수사하며 생각한대. 환상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고. 붙잡아도 실체가 없다. 동기도 확실하지 않거니와 왜 피해자를 선택했는지도 알 수 없다. 옛날 같은 죄의식도 없다.
- 268쪽, 시마자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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