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 리뷰 / 일본소설 서평]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키요라 2022. 10. 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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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양장본 HardCover)
2016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양과 강철의 숲』. 피아노 조율에 매료된 한 청년이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작품에서 피아노의 구석구석을 자연으로 비유하면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피아노의 소리를 청아하게 묘사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한 청년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산골마을 출신의 열일곱 살 도무라는 우연히 피아노 조율사 이타도리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가을밤의 숲을 떠올린다. 더없이 그리운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만 같은 소리와 이타도리의 묘한 말에 도무라는 조율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조율사 학교에서 2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이타도리가 일하는 악기점에 취업하지만 기술도 부족하고 소질도 없어 매번 실망하고 좌절할 뿐이다. 하지만 좋은 소리를 만들고 싶은 도무라는 이타도리의 격려에 힘입어 매일 끝없이 연습하고 피아노곡을 듣는다. 그리고 다정하고 실력도 좋지만 과거에 큰 좌절을 이겨낸 야나기, 무신경해 보이지만 피아노에는 누구보다 진지한 아키노 등 개성 강한 선배 조율사, 다양한 사연을 지닌 고객들과 그들의 피아노를 만나며 어떤 조율사가 되고 싶은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몇 번의 실패가 따르지만 도무라는 포기하지 않고, 이타도리가 알려준 ‘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리운, 조금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는,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소리’를 이상적이라 믿으며 차근차근 노력해나간다. 그러던 중 피아노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쌍둥이 자매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더 큰 목표를 갖게 되는데…….
저자
미야시타 나츠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6.12.10


미야시타 나츠의 <양과 강철의 숲>을 읽었어요😄
2016년 일본 서점대상 1위를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뭐든 1위 했다고 하는 건 궁금하지요^^
제목만 봐서는 '강철의 연금술사'가 자꾸 떠오르는데..ㅋㅋ 무슨 내용일지 전혀 감이 안 와요
그런데 피아노 조율에 관한 이야기라니!!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피아노나 조율에 관해서 몰라도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조율이라는 생소한 직업 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나의 평점 3.3/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1. 줄거리

산골마을의 17살 도무라는 우연히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피아노 조율사 이타도리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음색을 듣고 조율의 길에 들어서기로 결심한다. 조율사 학교에서 2년간 공부하고 이타도리가 일하는 악기점에 취업하지만 아직은 기술과 소질이 부족해 번번이 좌절할 뿐이다. 도무라는 이타도리의 격려에 힘입어 매일 끝없이 연습하고 피아노곡을 듣는다. 다정하고 실력도 좋지만 과거에 큰 좌절이 있었던 야나기, 무신경해 보이지만 피아노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아키노 등 선배 조율사들과 함께 다양한 사연을 지닌 고객들을 만난다. 특히 쌍둥이 자매 유니와 가즈네의 피아노를 만나며 어떤 조율사가 되고 싶은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숲 냄새가 났다.
가을, 밤에 가까운 시간의 숲.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나뭇잎이 바스락바스락 우는 소리를 냈다.
밤이 되기 시작한 시간의 숲 냄새.
눈앞에 크고 새까만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 뚜껑은 열려 있었고 그 옆에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가 피아노 건반을 몇 군데 두드리자,
뚜껑이 열린 숲에서 나무들이 흔들리는 냄새가 났다.
밤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 7p, 도무라와 이타도리의 첫 만남 -


2. 리뷰

불가사의한 제목의 수수께끼가 어느 정도 풀렸어요. '양털 해머로 강철 현을 때린다. 그것이 음악이 된다.'
'양과 강철'은 결국 피아노를 뜻하는 것이고 '숲'은 피아노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말하는 것 아닐까요..

30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라 하루면 읽겠다 했는데 웬걸... 며칠을 붙들고 있었네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고 문장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면서 몇 번이나 곱씹느라 천천히 읽게 되더라구요 그만큼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읽은 이런 서정적인 소설을 통해서 평소 저의 책 편식을 돌아보고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ㅋㅋ 평소에 추리소설만 맨날 읽다 보니 자극적이고 강렬한 소재나 충격적인 반전 등 오락적인 요소에 내가 많이 길들여져 있구나 싶었습니다.
'양과 강철의 숲'은 솔직히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거나 그런 몰입력 강한 작품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잔잔하고 편안하게,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다 읽고 난 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피아노는 연주되고 싶다. 항상 열려 있다. 혹은 열리려고 하고 있다. 사람에게도 음악에도, 열려 있지 않으면 여기저기 녹아 있는 아름다움을 발굴해내지 못한다.
- 29p -

책을 읽으면서 피아노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는데요. 어릴 때는 왜 그리도 피아노 치기가 싫었을까요?..^^;; 피아노 학원에 억지로 떠밀려서 다녔기 때문이겠지만 그땐 음악의 아름다움을 몰랐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서야 피아노 음악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피아노도 내 의지로 쳐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이 너무 굳어버려서 쉽지 않네요 ㅎㅎ
우리집 구석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조율 한 번 못 받고 떠나버린 영창피아노가 너무 생각나네요.. 얼마나 연주되고 싶었을까...😢


재능이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대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집념이나 투지나, 그 비슷한 무언가.
- 143p, 야나기 -

또 하나 깊게 생각했던 것은 재능과 노력에 관해서였어요. 도무라는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고 남다른 재능도 없지만 피아노 조율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집념을 가지고 있죠. 즉 재능이 없다는 말로 도망치지 않고 재능이 없기 때문에야 말로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노력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정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재능이란 야나기의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옛날에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옛날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 그리운 마음이 들었네요.. 또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순수하게 열망할 수 있는 도무라가 한없이 부러웠어요.


차근차근 수비하고 차근차근 히트 앤드 런입니다. 홈런을 노리면 안 됩니다
- 22p, 이타도리 -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너 참 잘하고 있어' 라고 따스하게 격려해 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앞으로의 삶의 자세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아무것도 재지 않고 재능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우물쭈물 망설이지 말고, 겁먹지 말고, 이타도리의 말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차근차근 수비하고 차근차근 히트 앤 런~~~ 홈런을 노리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이타도리와 도무라의 조율로 완성된 피아노의 음색과, 유니와 가즈네 자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너무 궁금합니다. 영화도 꼭 보고 싶네요😙

https://youtu.be/_DTGfSQrfWk



3. 인상적인 문장들

헤엄칠 수 있다고 믿고 뛰어든 수영장에서 발버둥을 치는 것만 같았다. 물을 갈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실감이 없었다. 매일 밤 마주한 피아노 앞에서 나는 물을 가르고 작은 물거품을 뱉으며, 때때로 수영장 바닥을 발로 차면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 21p -
애초에 바라지 않는 것은 아무리 갖지 못해도 괴롭지 않다.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데, 갈망하는데, 내 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괴롭다.
- 98p -
두려우면 필사적이 되니까. 온 힘을 다해 실력을 기를 테니까. 조금 더 그 두려움을 느껴봐. 두려운 것이 당연해. 지금 도무라는 엄청난 기세로 많은 것을 흡수하는 중이니까.
- 142p, 야나기 -
지금은 아직 재능에 대해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나는 재능이 있는지 시험당할 단계에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내게는 재능이 없다. 재능이라는 단어로 도망치면 안 된다. 포기할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경험이나 훈련, 노력이나 지혜, 재치, 끈기, 그리고 정열. 재능이 부족하다면 그런 것들로 대신하자. 어쩌면 언젠가, 도저히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의 존재를 깨닫는다면 그때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 143p, 도무라 -
"피아노로 먹고사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란다."
"피아노로 먹고살 생각은 없어요. 피아노와 함께 살아갈 거야."
- 198p, 가즈네 -
피아노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을까. 숲 입구는 어디든 있다. 숲을 걷는 방법도 분명 다양하다. 조율사가 된다. 그 길 역시 피아노의 숲을 걷는 한 가지 방법이다. 피아니스트와 조율사는 분명히 같은 숲을 걷는다. 숲 안의 다른 길을.
- 209p -
가즈네는 무언가를 꾹 참고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노력한다는 생각도 없이 노력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노력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노력은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소심하게 끝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하고 그 대가를 회수하려고 하다 보니 그저 노력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그 노력을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하게 되면 상상을 뛰어넘는 가능성이 펼쳐진다. 가즈네는 부러울 만큼 고결한 정신으로 피아노를 마주한다. 피아노를 마주하는 동시에 이 세상과 마주한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좋을지 모른다. 모르니까 닥치는 대로 한다.
- 220~221p, 도무라 -
어쩌면 도무라 같은 사람이 도달할지도 모르지. 도무라 군 같은 사람이 끈기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양과 강철의 숲을 계속 걸어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 270~271p, 아키노 -
어쩌면 이 길이 틀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려도, 빙 돌아가도, 이 길을 가면 된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숲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풍경 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 숨겨져 있지도 않고, 그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안심해도 좋았다. 내게는 아무것도 없더라도, 아름다움과 음악은 원래 이 세계에 녹아 있다.
- 27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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