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본 추리소설] 백광 - 렌조 미키히코

키요라 2022. 10. 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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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독자와 평단은 물론 동료 작가들로부터 명실공히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렌조 미키히코.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치밀한 서술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면서도, 남녀 간의 그릇된 애정을 중심으로 한 인간 드라마를 서정미 가득한 문체로 담아내 격조 높은 문학성까지 두루 갖춘 독창적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로, 거듭하는 반전을 다룬 솜씨가 백미로 꼽히는 『백광』이 모모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이 전부 녹아내릴 듯 뜨겁던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 추정 시간에 호텔에서 불륜을 즐긴 아이의 엄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이의 아빠, 치과에 예약 진료를 받으러 간 이모, 아이를 데리고 집을 지키던 할아버지, 잠깐 집에 들렀던 이모부,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던 낯선 남자까지…. 여아의 시체를 둘러싸고 평범한 일가족이 각자 감추어오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백하며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한 명, 한 명이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이 뒤집히는 믿기 어려운 반전 속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또 여자아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저자
렌조 미키히코
출판
모모
출판일
2022.02.14


렌조 미키히코의 <백광>을 읽었어요😄
<연문>으로 제91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렌조 미키히코. <백광> 은 일본에서 2002년에 출판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표지에 있는 "저 아이를 죽여주세요"란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읽고 나서 결말이 썩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지만 추리 소설로서의 묘미가 뛰어나 읽는 재미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너무 궁금해지네요~~

<나의 평점 : 4.0/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출처: 교보문고


1. 초반 줄거리

(출처 : 책 뒤편 소개글)

세상이 전부 녹아내릴 듯 뜨겁던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나오코)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 추정 시각에 호텔에서 불륜을 즐긴 아이의 엄마(유키코).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이의 아빠(다케히코). 치과에 예약 진료를 받으러 간 이모(사토코). 아이를 데리고 집을 지키던 할아버지(게이조). 잠깐 집에 들렀던 이모부(류스케).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던 낯선 남자까지... 여아의 시체를 둘러싸고 평범한 일가족이 각자 감추어오던 충격적인 진실을 고백하며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한 명, 한 명이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바뀌고 사건이 뒤집히는 믿기 어려운 반전 속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또 여자아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이 집은 배신과 보복의 전쟁터였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채 영원한 싸움을 반복하는 전쟁터...

2. 리뷰

소설은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서로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방식이 독특했어요. '고백'은 뭔가 더 호소력 있고 독자로 하여금 사실이라고 믿게 만들잖아요?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의 '고백'이 뒤에 가서는 사실이 아니었고 새로운 진실들이 속속 밝혀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돼요. 이런 부분이 이 소설을 가장 흥미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까지 범인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다음 장에 가서는 또 아닌 것 같고...범인 추측에 계속 실패하면서 결국 마지막에 대반전!! 정말 오랜만에 추리 소설 읽고 충격받았네요😵

이 가족이 품고 있는 끔찍한 비밀이 결국 최악의 형태로 터져버려 나오코의 죽음으로 이어지는데요. 어릴 때부터 언니를 시기 질투하여 언니가 가진 것을 뺏고 싶다는 욕망으로 형부를 유혹하는 동생 유키코, 처제와의 불륜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결국 사랑하는 건 아내 사토코라고 말하는 료스케...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죠... 동생은 사랑하지도 않는데 단지 언니 것을 뺏고 싶어서, 남편은 사랑하지도 않는데 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서..(차라리 사랑이라고 말하면 모를까..이건 뭐 너무 막장이라..) 사람의 욕망이 얼마나 무섭고 추악한 것인지...그런 어른들의 뒤틀린 욕망과 죄악으로 세상에 나온, 아무런 죄가 없는 작디작은 4살 아이 나오코가 너무 가엾어서 눈물이 났습니다..ㅠ😢

누가 이 아이에게 손을 댔는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나오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유키코와 내가 칠 년 전 그날 밤에 맞잡았던 죄악의 손이었다. 차라리 잘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무거운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느니 일찌감치 죽는 게 낫다...
- 류스케의 독백 중 -

등장인물들이 다 막장이긴 하지만 그중 최강 막장은 나오코의 엄마 유키코입니다...😠
유키코의 대사 중에 '나오코를 죽이려고도 했지만, 살리려고도 했어요' 라는 황당무계한 말이 나오는데요..불륜남을 시켜 아이를 데려오게 하려는 등 살리려는 마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엔 욕망이 모성을 이겨버린 거죠. 요즘엔 비정한 엄마들의 뉴스가 하도 많이 나와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우리 아이도 나오코와 같은 네 살인지라..유키코의 개념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제멋대로인 행동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감정이입 최대치!!)

유키코는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 사치스러운 여자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오코라는 딸은 그녀에게 최고의 명품이었다. 왜냐하면 그토록 싫어하던 언니에게서 빼앗은 남자의 혈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 년이 지나가 그 최고의 명품에도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몇만엔짜리 반지나 가방에 싫증을 내듯이 나오코도 그저 거치적거리는 방해물로 느껴진 것이다.

게이조의 남태평양 출정 이야기에서 전 묘하게도 일본이 일으킨 제2차 세계 대전이 생각났어요. 게이조가 남태평양에서 무방비 상태의 죄 없는 어린 소녀를 죽인 것은,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태어난 딸과 그 소녀가 닮아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묘사되지만 그로 인해 게이조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죠.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전시 상황에서 일본이 저지른 무참한 살육과 그 비극이 세대가 바뀌어도 죄를 씻을 수 없음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이조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닐까...하고 제 마음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스포 있음)

게이조는 왜 나오코를 죽이려고 한 것일까...
아들의 불륜으로 세상에 태어난 나오코를 볼 때마다 과거 전처의 죄와 함께 남태평양에서 자신이 죽인 소녀가 생각나 괴로웠겠죠. 전처에 이어 자신의 아들에게도 재현된 불륜이라는 저주 같은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버리기 위해서? 나오코의 죽음을 통해 아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의 깊이를 알게 하기 위해서? 어느 쪽이라 해도 미친 노인네의 변명이라고 밖엔 볼 수 없죠....(작가의 숨겨진 의도까지는 파악할 재주가 없습니다;;)

그때 류스케는 나오코의 죽음에서 제가 저지른 죄의 깊이를 보고 있었다. 자신의 죄로 인해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을 깨닫고 있었다. 나오코의 사체를 내려다보는 류스케의 눈빛은 몇십 년 전 그날, 섬의 밀림 속에서 소녀의 사체를 내려다보던 내 눈빛과 똑같았다..그리고 그것만이 내가 옛날의 죄를 이 집에서 재현했던 결과였다.
그렇다. 나는 무엇보다 그 섬에서의 범죄를 재현하기 위해 나오코를 죽였는지도 모른다. 내 손으로, 내 의지로.
내가 어떤 얼굴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의식으로 죄 없는 소녀를 죽였는지 알고 싶어서 그 사건을 재현해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 게이조의 독백 중 -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져 있는 끔찍한 욕망, 질투, 배신, 사랑, 죄의식 등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면서 '고백'이라는 형태로 인물들의 내면의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생각해요. 제 마음대로 갖다 붙이자면 '심리 서스펜스 걸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가독성 너무 좋아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본격 추리는 아니지만 살인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가족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게 읽은 작품으로 추천해요.!!




3. 그래서 범인은 누구일까?
(스포 완전 있음)

정황상 게이조가 범인임은 틀림없는데...뭔가 숨겨진 다른 비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예상치 못한 반전은 불륜으로 태어난 나오코의 존재에 분노하여 게이조가 일찌감치 나오코를 죽이기 위해 치매를 연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 것은 게이조이지만 나오코의 존재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여 저마다의 살의를 가지고 게이조의 살인을 부추기면서 방조 혹은 조력한 모두가 공범이라고 할 수 있죠.

내가 아버님을 이용해 그 아이를 죽였다. 아버님과 유키코에게 해방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나는 그냥 그 아이가 미웠다. 마치 어렸을 때의 유키코처럼...
- 사토코의 대사 중 -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라고 말한 날부터 나는 공범에게 조건처럼 제시했던 그 '다른 날'을 내심 기다려왔다. 그날 나는 시한폭탄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그때 정말 나오코를 죽이고 싶었다.
- 유키코의 대사 중 -

당신, 아직도 악몽으로 괴로워하고 있지? 여보, 괜찮아요 죽여도. 그 아이만 없어지면 다케히코도 류스케도 사토코도, 아니 누구보다 당신이 구원을 받잖아요?
- 게이조의 부인 아키요의 대사 중 -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나오코가 흙 속에 파묻혀 힘겹게 손을 뻗은 걸 알고도 흙 위에 올라서서 마지막 숨통을 끊은 최후의 살인범이 사토코의 딸 가요코라는 것... 어린아이의 믿을 수 없는 질투와 악의, 잔혹함...사토코는 어릴 때 예쁜 외모로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동생 유키코가 싫었고 그것은 그녀들의 딸들 가요와 나오코의 관계에서도 이어지죠. 가요가 나오코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마치 사토코가 유키코를 죽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나저나 마지막 게이조와 나오코의 대화는 진실인지 환상인지??....

나오코: 죽여도 괜찮아.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게이조: 죽인다는 게 뭔지 알아?
나오코: 아니, 근데 괜찮아.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래서 할아버지가 힘들지 않게 된다면...할아버지 힘들지? 얼굴이 힘들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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