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로 '야마시로 아사코'의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었어요😀
여덟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호러 요소가 가미된 가운데 각 에피소드마다 미스터리, 괴기, 판타지 등의 특색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작가명이 세 개나 되는데요.
'야마시로 아사코' 로는 호러 및 괴담을, '오츠이치' 로는 미스터리를, '나카타 에이이치' 로는 청춘 및 연애 소설을 쓰는, 장르적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은 작가입니다.
<나의 평점 : 3.2 / 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1. 줄거리/개요
#1.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어느 날 부부에게 나타난 유령. 계속해서 출몰하는 유령에 '나'는 무섭기만 하지만 아내는 의외로 담담하다. 왜 이런 심령 현상이 나타나는지 의문을 품고 급기야 귀신의 정체를 밝혀나가게 되는데... 뜻밖의 사실과 마주하게 되고 유령의 형상이 점차 흐려진다.
#2.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나'는 덤불 속에서 동급생 '후코'와 마주치게 된다. 후코는 '교타로'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교타로의 정체는 바로 머리가 없는 닭이었다. 그 후 후코의 보호자인 이모의 눈을 피해 나와 후코는 함께 교타로를 돌보게 되는데.. 그들의 앞에 예상치도 못한 잔혹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3. 곤드레만드레 SF
어느 날 '나'에게 연락해 온 후배 N. 그의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술에 취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타임슬립 능력이었다. N과 여자친구는 그 능력을 이용해 경마에서 큰돈을 벌게 되는데.. 어느 날 나타난 미래에 N이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다.
#4. 이불 속 우주
슬럼프에 빠져 10년째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 T. 이혼 후 혼자 살 집에서 덮을 이불을 중고매장에서 사게 된다. 그 후 밤마다 이불 속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T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데..
#5. 아이의 얼굴
학창시절 어울려 다니던 네 명의 친구들. 그들이 괴롭히던 요리코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 후 네 명은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가오루는 자신을 제외한 세 명의 친구가 결혼 후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6. 무전기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어느 날 술에 취해 아들이 생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 무전기에서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후 밤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술에 취해 무전기를 찾는데...
#7.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남편이 딸을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친정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던 중 '엄마, 살려줘'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나'는 한밤중에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찾아 몰래 나오게 되는데...
#8. 아이들아, 잘 자요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로 갈아타던 중 미끄러져 바닷속으로 빠진 안나.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관에서 자신의 주마등 필름을 관람하고 있다. 그런데 필름 속 내용은 전혀 내 기억 속에 없는 것들이다. 여기는 어디이고, 내 필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2. 리뷰
단편집이라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꽤 재미있게 읽었네요^^
읽으면서 문득 일본의 유명한 TV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기묘한 이야기를 영상이 아닌 글로 읽은 느낌~~
심령현상, 살인, 따돌림, 아동학대, 동반자살 등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담담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어 편하게 읽혔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묘사와 빠른 전개도 딱 제 스타일~~😆
기괴하고 미스터리하고 호러스럽고 또 판타지 요소도 있고.. 다양한 장르가 믹스된 현대판 괴담집이랄까요? 그렇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마지막엔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혹은 먹먹해지거나.. 그랬습니다.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까지👍
다만 단편집이기 때문에 긴 서사가 가지는 묵직함과 카타르시스까지는 느끼기 어려울 수 있지만요~~
저는 '#5. 아이의 얼굴' 편이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낳은 아이가, 어렸을 적 내가 괴롭혀 죽은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이라는 발상이 신선하고 이야기 전개도 흥미진진했어요. 과연 주인공도 다른 셋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이를 죽여버리고 말지 어떨지.. 요리코~~라고 부르며 말하던 마지막 대사에 맘이 찡~~ 했습니다😢
'#6. 무전기' 편도 맘이 넘 아팠어요ㅠ 죽은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밤마다 술에 취해 무전기로 아들의 환청을 듣는 아버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상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 ㅠㅠ 계속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던 아들의 목소리와 힘겹게 이별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희망적인 뭉클함이 느껴졌어요😌
'상실'과 '재생'을 주제로 하여 소중한 것을 잃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자극합니다. 상실에 대한 아픔을 구구절절 호소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니 더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어요. 무리하게 감동을 이끌어내지 않고 감정을 살살 건드리면서요. 충격적 반전과 결말이 있는 추리소설에 익숙하다면 많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구요;; 그러나 한편이 끝날 때마다 뭔가 애틋하고 아련하고 묘~한 여운이 남아요. 화려하고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파고드는 감성적 자극을 원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3. 인상적인 문장들
'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그 문장이 심금을 울리는 건 짧은 내용과 짧은 인생이 일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中 -
태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에게도 영혼은 있었을까. 아니면 영혼은 인생의 길이에 비례하여 형태를 이루는 것이라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그럴듯한 영혼이 없었을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를 늘 생각한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中 -
이 작은 존재는 내 몸에서 태어났지만 영혼은 우리를 원망하며 죽은 소녀가 틀림없다. 요리코가 죽으면서 영혼을 몇 조각으로 나누어 증오하던 상대의 몸에 심은 것은 아닐까.
- 아이의 얼굴 中 -
평생 네게 애정을 쏟을게. 가엽게도 다른 세 사람은 그러지 못했지만 내가 걔들 몫까지 널 사랑할게.
- 아이의 얼굴 中 -
사람이 종교를 만들고 사후 세계를 이야기하는 건 죽으면 소멸한다는 공포 때문인 줄만 알았다. 어쩌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사랑하고 또 위로하는 마음이 종교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 무전기 中 -
모든 경계는 모호해요. 각자 나름대로 현실을 인식하고, 믿는 걸 나름대로 정의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 무전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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