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을 읽었습니다.😉
바로 이전에 읽은 책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 호러 단편집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순한맛이라 이번에는 심장 쫄깃한 매운맛 서스펜스가 읽고 싶더라구요~~ 요리조리 검색한 끝에 빨간 표지가 강렬해서 눈길이 갔던 <작열>을 골랐습니다.(아직도 책표지 느낌으로 책 고르는 나..😅) 아 물론 읽어보니 생각보다 전혀 매운맛이 아니었지만요ㅋㅋ
<나의 평점 : 3.7 / 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1. 줄거리/개요
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가와사키 사키코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다다토키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둘 다 부모 없는 고아로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던 중 어느 날 다다토키가 시체로 발견되고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의사인 히데오가 지목된다. 히데오의 여동생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을 이용해 다다토키가 인공심장을 미끼로 사기를 친 것이 발각되어 히데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사키코는 남편이 자신 몰래 회사까지 그만두고 사기를 쳤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여론은 히데오를 동정하고 사기를 친 다다토키를 비롯해 그녀까지도 비난하게 된다. 곧 히데오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되고 사키코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자살을 마음먹는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에리와 함께 자살 시도를 하게 되지만 실패로 끝나 사키코만 살아남게 되고, 그녀는 에리의 신분을 빌려 히데오를 직접 심판하고자 한다. 복수를 꿈꾸며 에리의 얼굴로 성형하고 히데오에게 접근한 끝에 마침내 히데오와 결혼까지 성공하게 되는데... 히데오가 살인자라는 증거를 날마다 찾던 중 뜻하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네 인생을 대신 살아도 될까? 기회를 얻고 싶어. 그 남자의 죄를 폭로하고 싶어
2. 리뷰
엄청 술술 읽혀서 좋았습니다. 스릴러로 시작하지만 끝은 비극 로맨스ㅠㅠ 특히 사키코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흡입력 최고!!
다다토키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정체를 숨긴 에리(사키코)와 히데오의 동거가 흥미진진했어요. 영화 '적과의 동침'이 생각났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흥미 돋는 소재예요.
사키코는 다다토키의 복수를 꿈꾸며 성형까지 하여 히데오와 결혼하지만 점점 히데오에게 끌리게 되고, 급기야 히데오는 무죄라고 믿고 싶어 집니다. 그러한 사키코의 심리 변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어요. 히데오가 사키코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부분부터 긴장감 백배!! 심장 너무 쫄깃했어요. 히데오가 사키코에게 독일어로 '구테 나흐트..' 라고 했을 때 등에 소름이 쫘악~~!!😨 그리고 여동생 아키코 진짜....두들겨 패주고 싶었어요. 민폐 갑!! 왜 그 노트북 얘기를 꺼내가지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했는지...
(스포 있음) 그리고 밝혀지게 되는 사건의 진상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반전이었어요 전혀 추리하지 못했네요. 히데오의 과거 이야기가 살짝살짝 나올 때마다 뭔가 복선인가 싶다가도 설마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은...
중후반까지의 스토리 전개가 스릴 넘쳤고 마지막 결말도 반전이었지만.. 결말이 썩 만족스럽진 않아요ㅠㅠ 너무 가슴 아프고 찝찝하고 허무한.. 처음으로 이런 인과응보의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네요. 히데오가 너무 급하고 허무하게 죽어버려서ㅜㅜ😭 분량을 좀 더 늘이더라도 마무리를 보강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나쁜 결말이라기보다는 급한 결말...
또 아쉬웠던 부분은 여동생 아키코의 변신이라 해도 좋을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와 다다토키의 죽음의 진상이 결국 흐지부지된 점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개연성이 좀 부족한 느낌..
제목이 왜 <작열>일까.. 한 여름이 배경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가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옮긴이의 해설이 한 몫했습니다. 죄를 저지른 순간부터 '작열'하는 한 여름 속에서 살다가, 죽고 나서야 '그늘'을 찾은 히데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커지는 마음속 죄책감을 '작열'에 비유한 듯싶어요.
사키코가 복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ㅠㅠ 그냥 그대로 기다렸더라면..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연을 히데오가 직접 풀러 왔을 텐데.. 사키코의 삶이 너무 짠하고 허무해요.😔
사랑과 복수, 속죄,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며 한 동안 <작열>의 여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결말을 비롯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가독성과 재미는 확실히 있었던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무더운 여름이었다. 한 남자의 인생을 다 태워버릴 만큼. 한 여자의 마음에 그 남자의 모습을 각인처럼 새겨 넣을 만큼. 그리고 그 여름이 이제 곧 끝난다.
3. 인상적인 문장들 (스포 있음)
증오하는 상대를 곁에 두고 충동을 억누르며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결코 저물리 없는 증오라는 태양에 온몸이 타들어 갔고 절망의 사막에 맨발이 달구어졌으며 분노의 화염이 몸속에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 악착같이 나아갔다. 언젠가 이 업보가 집어삼키겠지. 히데오를. 그리고 나를.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건 오랜만이다. 왠지 가슴이 설렜다. 설레고 감미로운 느낌에 가슴이 벅찼다. 이제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아. 나. 이 사람에게 끌리기 시작했어.
자꾸만 부풀어가는 의심에 마음이 찢겨 나가면서도 그 마음만큼 히데오에게 애가 달아 있었다. 의심과 사랑 사이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나는 어쩌다 이 사람을 이만큼이나 깊이 사랑하게 되고 만 걸까. 설령 히데오가 다다토키를 죽였다고 할지라도... 이런 내 죄가 더 크다.
의심도 두려움도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네 손에 죽는 건 여한이 없어. 하지만 네 손을 더럽힐 수는 없었어. 나는 더 이상 내가 저지른 죄에서 도망가길 멈추고 자수해서 속죄할 거야.
히데오가 내 소중한 가족을 빼앗고 내 인생을 망친 것은 틀림없다. 나는 미워했던 걸까. 사랑했던 걸까. 슬픈 걸까. 기쁜 걸까. 비참한 걸까. 행복한 걸까. 지옥에 있는 걸까. 천국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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