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 리뷰 / 일본소설 서평]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야마시로 아사코

키요라 2022. 10.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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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현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일들을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그래서 더 애절하게 그려내면서도 핏빛 어린 잔혹함과 섬뜩한 반전, 기괴스런 서스펜스와 유머러스함까지, 호러라는 장르에서 오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하게 해준다. 심령 현상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라는 아이러니와 본격 미스터리의 추리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제목의 유래와 의미를 깨닫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공포 너머에 자리 한 짙은 상실의 비애를 감지하게 된다.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슬픔을 그리면서도 빛으로 향해가는 희망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며,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을 오래도록 사로잡는 투명하고 아스라한 감성의 서정 호러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
출판
작가정신
출판일
2019.12.03


밀리의 서재로 '야마시로 아사코'의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었어요😀

여덟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호러 요소가 가미된 가운데 각 에피소드마다 미스터리, 괴기, 판타지 등의 특색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작가명이 세 개나 되는데요.
'야마시로 아사코' 로는 호러 및 괴담을, '오츠이치' 로는 미스터리를, '나카타 에이이치' 로는 청춘 및 연애 소설을 쓰는, 장르적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은 작가입니다.


<나의 평점 : 3.2 / 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1. 줄거리/개요

#1.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어느 날 부부에게 나타난 유령. 계속해서 출몰하는 유령에 '나'는 무섭기만 하지만 아내는 의외로 담담하다. 왜 이런 심령 현상이 나타나는지 의문을 품고 급기야 귀신의 정체를 밝혀나가게 되는데... 뜻밖의 사실과 마주하게 되고 유령의 형상이 점차 흐려진다.
#2.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나'는 덤불 속에서 동급생 '후코'와 마주치게 된다. 후코는 '교타로'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교타로의 정체는 바로 머리가 없는 닭이었다. 그 후 후코의 보호자인 이모의 눈을 피해 나와 후코는 함께 교타로를 돌보게 되는데.. 그들의 앞에 예상치도 못한 잔혹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3. 곤드레만드레 SF
어느 날 '나'에게 연락해 온 후배 N. 그의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술에 취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타임슬립 능력이었다. N과 여자친구는 그 능력을 이용해 경마에서 큰돈을 벌게 되는데.. 어느 날 나타난 미래에 N이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다.
#4. 이불 속 우주
슬럼프에 빠져 10년째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 T. 이혼 후 혼자 살 집에서 덮을 이불을 중고매장에서 사게 된다. 그 후 밤마다 이불 속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T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데..
#5. 아이의 얼굴
학창시절 어울려 다니던 네 명의 친구들. 그들이 괴롭히던 요리코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 후 네 명은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가오루는 자신을 제외한 세 명의 친구가 결혼 후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6. 무전기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어느 날 술에 취해 아들이 생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 무전기에서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후 밤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술에 취해 무전기를 찾는데...
#7.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남편이 딸을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친정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던 중 '엄마, 살려줘'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나'는 한밤중에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찾아 몰래 나오게 되는데...
#8. 아이들아, 잘 자요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로 갈아타던 중 미끄러져 바닷속으로 빠진 안나.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관에서 자신의 주마등 필름을 관람하고 있다. 그런데 필름 속 내용은 전혀 내 기억 속에 없는 것들이다. 여기는 어디이고, 내 필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진출처 : 교보문고



2. 리뷰

단편집이라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꽤 재미있게 읽었네요^^
읽으면서 문득 일본의 유명한 TV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기묘한 이야기를 영상이 아닌 글로 읽은 느낌~~
심령현상, 살인, 따돌림, 아동학대, 동반자살 등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담담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어 편하게 읽혔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묘사와 빠른 전개도 딱 제 스타일~~😆
기괴하고 미스터리하고 호러스럽고 또 판타지 요소도 있고.. 다양한 장르가 믹스된 현대판 괴담집이랄까요? 그렇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마지막엔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혹은 먹먹해지거나.. 그랬습니다.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까지👍
다만 단편집이기 때문에 긴 서사가 가지는 묵직함과 카타르시스까지는 느끼기 어려울 수 있지만요~~

저는 '#5. 아이의 얼굴' 편이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낳은 아이가, 어렸을 적 내가 괴롭혀 죽은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이라는 발상이 신선하고 이야기 전개도 흥미진진했어요. 과연 주인공도 다른 셋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이를 죽여버리고 말지 어떨지.. 요리코~~라고 부르며 말하던 마지막 대사에 맘이 찡~~ 했습니다😢
'#6. 무전기' 편도 맘이 넘 아팠어요ㅠ 죽은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밤마다 술에 취해 무전기로 아들의 환청을 듣는 아버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상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 ㅠㅠ 계속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던 아들의 목소리와 힘겹게 이별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희망적인 뭉클함이 느껴졌어요😌

'상실'과 '재생'을 주제로 하여 소중한 것을 잃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자극합니다. 상실에 대한 아픔을 구구절절 호소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니 더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어요. 무리하게 감동을 이끌어내지 않고 감정을 살살 건드리면서요. 충격적 반전과 결말이 있는 추리소설에 익숙하다면 많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구요;; 그러나 한편이 끝날 때마다 뭔가 애틋하고 아련하고 묘~한 여운이 남아요. 화려하고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파고드는 감성적 자극을 원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3. 인상적인 문장들

'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그 문장이 심금을 울리는 건 짧은 내용과 짧은 인생이 일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中 -
태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에게도 영혼은 있었을까. 아니면 영혼은 인생의 길이에 비례하여 형태를 이루는 것이라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그럴듯한 영혼이 없었을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를 늘 생각한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中 -
이 작은 존재는 내 몸에서 태어났지만 영혼은 우리를 원망하며 죽은 소녀가 틀림없다. 요리코가 죽으면서 영혼을 몇 조각으로 나누어 증오하던 상대의 몸에 심은 것은 아닐까.
- 아이의 얼굴 中 -
평생 네게 애정을 쏟을게. 가엽게도 다른 세 사람은 그러지 못했지만 내가 걔들 몫까지 널 사랑할게.
- 아이의 얼굴 中 -
사람이 종교를 만들고 사후 세계를 이야기하는 건 죽으면 소멸한다는 공포 때문인 줄만 알았다. 어쩌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사랑하고 또 위로하는 마음이 종교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 무전기 中 -
모든 경계는 모호해요. 각자 나름대로 현실을 인식하고, 믿는 걸 나름대로 정의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 무전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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