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마루 가쿠'의 <침묵을 삼킨 소년>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요. 일본 원제는 <A가 아닌 너와>이며, 원제 그대로 출간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울림이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돼요.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 전원의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가가 데뷔 때부터 꾸준히 다뤄 온 '소년범죄'를 테마로 하여 그 속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고뇌와 갈등, 그 후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그려냅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순식간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재미있는 작품은 무조건 영상화시키는 일본이죠. 2018년 TV도쿄에서 1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나의 평점 : 4.3 / 5.0>
가독성 : ★★★★☆
재미 : ★★★★
여운 : ★★★★☆
1. 줄거리/개요
어느 날 갑자기 살인범이 되어 버린 중학생 아들,
과연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이혼 후 유명 건설회사 팀장으로 성공을 향해 나아가던 요시나가 게이치에게 어느 날 형사들이 찾아온다. 전처와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아들 쓰바사가 동급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요시나가는 경찰서를 찾지만 아들은 어쩐 일인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아버지와 형사, 변호사에게조차 굳게 입을 다문 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는 아들 탓에 요시나가는 애가 탄다. 결국 요시나가는 아들이 침묵을 삼킨 이유를 직접 캐내어 보기로 한다.
소년 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그 안에 굳게 다문 아들의 입을 열어야 한다.
2. 주요 등장인물
아오바 쓰바사 : 요시나가 게이치와 아오바 준코의 중학생 아들. 친구인 후지이 유토를 죽인 혐의로 체포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건과 관련해 침묵하고 만다.
요시나가 게이치 : 아오바 쓰바사의 아버지. 호무라 건설회사 팀장. 이혼 후 홀로 지내고 있으며, 어느 날 동급생 살인 혐의로 체포된 아들로 인해 순조롭던 일상이 산산조각 나고 만다.
아오바 준코 : 요시나가의 전처.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
후지이 유토 : 쓰바사의 동급생으로 가슴을 칼에 찔려 숨진 채 숲 속에서 발견된다.
후지이 유토의 아버지 : 변호사. 이혼 후 재혼하여 새 가정을 꾸렸다.
나가토 미쓰타카 : 쓰바사의 첫 번째 변호사. 아동 청소년 사건 전문 변호사
간자키 교코 : 쓰바사의 두 번째 변호사.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아동 청소년 사건 전문 변호사.
세토 : 가정재판소 조사관
3. 리뷰
이 소설의 포인트는 가해자 소년과 그 부모의 시점에서 썼다는 것인데요. 가해자 측을 무조건 비난하고 매도하기에 앞서, 만약 내 아이가 범죄 가해자가 된다면? 부모인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범죄 이후 아이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명쾌한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저 스스로 한 단계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나아가 이런 진지한 고민들이 모이고 모여 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해하기 힘든 온갖 잔혹한 범죄들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해자가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로써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소통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모가 되고 육아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부족하고 미성숙한 인간이었구나.. 나란 인간의 밑바닥을 보게 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불완전한 내가 덜컥 한 인간을 만들어 놨다니..
제대로 키워내야 할텐데.. 세상에 유용한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텐데.. 새삼 부모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함에 겁도 나고 막막해집니다. 앞으로도 늘 모르는 것 투성이에다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겠죠. 계속 배워가면서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해 나가는 겁니다.
아빠는 너에 관해 알고 싶어. 네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듣고 싶단다. 이제 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얘기를 듣고 싶었다. 왜 그런 짓을 저지르고 말았는지. 나에게 말해 주렴. 설령 그 말에 가슴이 찢기더라도 이제 더 이상 네게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
아빠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 거야. 널 계속 지켜볼 거야.
- 331~332p, 요시나가 -
아버지인 요시나가는 이혼 후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 것을,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아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대화했더라면.. 아이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더라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부모가 되기 전에는 그런 끔찍한 사건들은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며 회피해 왔지만, 멀쩡하게 아이를 키워냈다고 생각해도 주변 친구들과 환경의 영향에 민감한 사춘기 아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온전한 나의 편인 부모님이 곁에 있고, 나는 사랑받고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고,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아이들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려도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 말이죠.
(스포 있음)
피고는 부모에게도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가엾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니 재판장님, 너그러운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그런데도 늘.. 유죄였어. 학교가 끝나면 또다시 재판이 시작돼. 계속 계속 계속 되풀이됐어.
- 332p, 쓰바사 -
재판 놀이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그 잔혹함에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재판 놀이로 자존심이 짓밟히고, 하고 싶지도 않은 못된 장난을 강제로 해야 하는데 부모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고독했을 쓰바사.. 아끼는 고양이 페로를 그리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쓰바사는 궁지에 몰렸습니다. 쓰바사가 침묵한 까닭은 재판 놀이로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진 탓도 있지만, 페로에 대한 일을 아버지에게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아서였겠죠.. 쓰바사가 감당해야 했을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가해자에게 이렇게 감정이 이입되다니요ㅠㅠ 어떤 이유가 됐건 살인이라는 죄는 너무 크지만 막다른 길에 내몰린 쓰바사도 너무 가여웠습니다. 심지어 쓰바사를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어요ㅠ
부모라는 존재는 제멋대로예요. 당신 아들이 어떻든 간에 우리 유토는 살아 있길 바랐어요. 살아 있기만 하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냐고 묻고, 그 애의 변명도 들어 줄 수 있겠죠. 당신처럼. 당신이 아들에게 한 것처럼 나도 내 아들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살아만 있다면, 잘못을 반성하게 할 수도 있고, 앞으로 아들의 인생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미...
- 388~389p, 후지이 -
후지이 : 아버지의 책임으로 당신 아들이 진정하게 갱생한 모습을 저에게 꼭 보여 주세요. 그것이 남의 생명을 빼앗고도 살아가는 사람의 의무이지 않을까요.
"쓰바사가 갱생한 모습을 후지이 씨에게 꼭 보여주리라. 그것은 과연 언제쯤일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 390~391p -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슴을 후벼파듯이 ㅠㅠ 소설이 가해자 시점이라 어느 순간 요시나가와 쓰바사의 입장에 감정 이입된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일을 겪었어도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만약 저라면.. 갱생이고 뭐고 그딴 말도 하기 싫을 것 같아요.
"계속 생각해야지.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기 위해서 뭘 해야 할지, 무엇이 가능한지. 아빠도 같이 고민하겟지만, 아빠도 언젠가는 죽어. 너 혼자 남더라도 계속 생각해야 해."
내가 죽을 때, 쓰바사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사람을 죽인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로서 바람은, 지금의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었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쓰바사를 소중히 여겨 주는 친구가 생겼으면 한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없이 사랑스러운 자식 곁에 함께해 주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소년 A인 쓰바사를 증오하더라도 나만은 쓰바사를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아빠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각하는 건 너야"
- 457p, 요시나가 -
살인에 대한 변명은 용서받을 수 없다. 앞으로는 쓰바사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도 살아가는 사람의 의무가 아니겠냐고..
- 466p, 요시나가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증오하더라도 나만은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뭔지 잘 알 것 같아요. 부모이니까요..
살인자가 되어 세상의 온갖 비난을 견뎌내야 할 아들의 잔인한 현실과, 그럼에도 살아나가야 할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피해자에게 속죄하고 갱생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나가자는 요시나가의 용기와 각오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내가 만약 요시나가의 입장이 된다면 그렇게 강하게 버텨낼 수 있을까..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죄와 용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정면으로 그려 내다!!
아들의 침묵 속에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추리적 요소와 더불어 결말이 주는 묵직한 감동까지,
읽고나서 한동안 소설이 주는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진실은 잔혹하고 슬펐지만, 마지막 결말에선 희망을 봤어요!!
부모로서 읽기에 이만한 소설은 없을 거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습니다. 또한 부모된 입장이 아니더라도 소년범죄, 죄와 용서, 생명의 존엄성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침묵을 삼킨 소년>을 강추합니다!!😁👍
4. 그 외 인상적인 문장들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식이 왜 그랬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부모야.
- 282p -
학생은 두 번 다시 후지이 군에게 사과할 수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학생이 저지른 일은 그런 것입니다. 평생토록 사과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인생은 너무나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그 대신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하는가를 지금부터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 376p, 세토 -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한대도 살아만 있으면, 이렇게 얘기를 하거나 네가 만들어 준 요리를 먹으며 너의 성장을 느끼고 기뻐할 수 있어. 널 지켜볼 수 있는 거야. 후지이 씨한테는 이젠 불가능한 일이야. 네가 저질러 버린 일이야.
- 455p, 요시나가 -
요시나가 : 언젠가 네가 아빠한테 물었지. 마음과 몸, 어느 쪽을 죽이는 게 더 나쁘냐고. 지금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 몸을 죽이는 게 더 나빠. 만약 두 번 다시 네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널 만질 수도 없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괴로울까.. 병이나 사고로 네가 사라진 대도 견딜 수가 없어. 하물며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난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 인간을 증오할 거야.
쓰바사 : 나는 유토만이 아니라, 유토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죽인 거네...
- 456p, 요시나가와 쓰바사
이제 더 이상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아.
- 467p, 요시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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