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히가시노의 책을 읽었습니다. 슬슬 그리워질 때죠^^
참고로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소설 소개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제가 쓴 아래 포스팅을 살펴봐 주세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일본 추리 소설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이며, 저의 독서 생활의 방향을 잡게 된 것도 그 덕분입니다. 물론 책 편식을 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죠;;
가끔 독서에 지치거나 일상이 무료해지거나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찾습니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을 하나씩 클리어해 가는 재미도 있고 과거 재밌게 읽은 작품들을 다시 읽으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여운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것은 <백은의 잭>인데요. 꽤나 유명한 작품인데 전 이번에 처음 읽었어요.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 : 소미미디어
출간 : 2022.01.27.
일본 초판 : 2010.10.05.
히가시노의 작품은 가가 시리즈, 갈릴레오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가 있는데 <백은의 잭>은 스키장을 무대로 한 '설산 시리즈' 4권 중 가장 처음에 나온 1권입니다. 겨울 스포츠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인지 설산 시리즈에는 큰 매력을 못 느껴 여태 읽지 않았었는데 올해 <백은의 잭>이 멋진 표지로 재출간되어 뭔가 마음이 끌렸습니다.^^
설산 시리즈 중에서도 마지막 4권인 <연애의 행방>은 예전에 읽었었는데요. 추리 요소가 가미된 히가시노만의 색다른 연애소설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4권을 먼저 읽은 상태지만 줄거리가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순서가 뒤죽박죽 이어도 읽기에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설산 시리즈
제1권 : 백은의 잭
제2권 : 질풍론도
제3권 : 눈보라 체이스
제4권 : 연애의 행방
'백은의 잭'은 은빛 설원, 즉 스키장을 의미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강탈 등의 뜻이 있는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스키장이 탈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가가 2008년 10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월간 제이 노벨'에 연재한 것이 2010년 단행본으로 간행되어 한 달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해요. 그리고 역시나 2014년 테레비 아사히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1. 초반 줄거리
(출처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폭파할 수 있다.
이 스키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인질이다.
은백색 설원이 펼쳐진 신게쓰고원 스키장. 이제 막 시즌이 시작돼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러 오는 손님들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그곳에 파란이 일어난다.
"겔렌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원격조종으로 언제 어디서든 타이머로 폭발시킬 수 있으니 이를 막고 싶다면 3일 이내에 3천만 엔을 준비하라"는, 익명의 협박장이 날아든 것이다. 삭도 사업본부 매니저 구라타는 스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신고하자고 호소하지만, 임원진은 스키장의 이미지 실추와 이 사태가 알려질 경우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길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구라타에게 비밀리에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스키장은 협박범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만 범인의 요구는 계속되고, 이 사건의 중심에 1년 전 겔렌데를 피로 물들인 사망 사고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범인의 동기는 돈일까, 아니면 복수일까? 지금, 범인과 목숨을 건 레이스가 시작된다!
**'겔렌데'는 '슬로프'의 독일말로, 일본에서는 '슬로프' 대신 '겔렌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2. 주요 등장인물
(출처 : 야후재팬 위키피디아)
구라타 세이지 : 신게쓰고원 스키장 삭도부 매니저. 미혼의 40대 남성. 20년 전 히로세관광에 취직해 입사 후 5년째부터 신게쓰고원 스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네즈 쇼헤이 : 신게쓰고원 스키장 패트롤 대원. 전 스노보드 크로스 선수.
세리 치아키 : 여성 스노보더. 스키장 근처의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후지사키 에루 : 신게쓰고원 스키장 여성 패트롤 대원
기리바야시 유스케 : 신게쓰고원 스키장 신입 패트롤 대원.
이리에 요시유키 : 신게쓰고원 스키장 방문객. 1년 전 신게쓰고원 스키장의 호쿠게쓰 구역에서 부인을 사고로 잃었다.
히요시 고조 : 신게쓰고원 스키장 로열 스위트룸 숙박객. 스키 경력 50년.
마스부치 히데나리 : 호쿠게쓰초 읍장의 아들. 호쿠게쓰초 읍사무소 근무.
다쓰미 유타카 : 신게쓰고원 스키장 겔렌데 정비 주임.
쓰노 마사오 : 신게쓰고원 스키장 삭도부 주임.
가케이 쥰이치로 : 신게쓰고원 호텔&리조트의 사장. 히로세관광 이사직 겸임.
3. 추리 포인트 및 사건 결말
**접은글에 결말을 비롯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은 누르지 마세요**
1. 표면적으로 봤을 때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누구?
스키장 방문객 이리에가 표면적으로만 보면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었어요. 스키장에서 사고사한 부인의 죽음에 대한 이리에의 복수가 아닐까.. 하지만 그리 재미없게 범인을 설정할 리는 없겠죠?? 이리에는 범인에서 가볍게 패스~~
2. 스키장 폭파사건의 배후와 이 사건의 목적은 무엇일까?
스키장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 이야기에서부터 느낌이 왔어요!! 폭파사건을 일으키려 한 배후는 스키장 측, 바로 사장을 포함한 윗선이었습니다.. 윗선이 꾸민 일이란 건 쉽게 간파할 수 있었지만.. 사건의 배후와는 별개로 협박범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3. 폭파물이 설치된 구역은 과연 어디?
호쿠게쓰 구역이 계속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 호쿠게쓰는 협박범이 안전하다고 한 구역이었지만 사실 그건 협박범이 호쿠게쓰를 스키대회 개최 구역으로 하기 위함이었죠.. 스키장 측은 호쿠게쓰 구역을 폐쇄할 목적으로 폭파사건을 일으킨 것입니다. 스키장 매각 시에 호쿠게쓰 구역의 원상복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려고요...
4. 협박범은 과연 누구?
추리 소설을 읽을 때는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의심을 품고 사소한 언행이나 상황도 사건의 복선이나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읽게 됩니다. 그러다 저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사람!! 네즈와 후지사키를 돕는 신입 패트롤 대원 기리바야시가 협박범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건에 깊이 관여되어 있지 않은 듯 한 주변인이 실은 범인 내지 중요인물로 밝혀질 때가 많죠.. 세 번째 돈가방 전달에서 네즈의 동행을 거부했을 때 뭔가 촉이 왔어요!!
5. 전혀 예상 밖이었던 인물의 등장과 허를 찌른 결말!!
호쿠게쓰 읍장의 아들 히데나리는 중간에 잠깐 등장해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허를 찌르긴 했어요. 히데나리와 기리바야시는 절친으로 스키장 측 음모를 알고 둘이 폭파를 저지하기 위해 협박사건을 일으켰고 이리에 부인을 친 범인 또한 이들인 것으로 드러납니다.
6. 그래서 결국 폭파는 일어났나?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호쿠게쓰의 폭파 스위치는 눌러지고 폭파로 설붕이 일어났을 때 (스토리 전개상 엄청 대단한 폭파일줄 알았는데 작은 설붕에 그치고만 점이 다행스러우면서도 황당했어요;; 지금까지 뭣하러 이런 수고를 한거여..) 이리에 부자를 구해주는 것 또한 히데나리입니다.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자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엔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된 것입니다. 한 순간에 드라마틱한 결말로 만드는 것 또한 히가시노님의 주특기이죠?^^
7. 스위트룸에서 장기숙박하는 히요시 노부부.. 그들의 정체는?
정체가 의심스럽지만 딱히 범인이라는 단서가 없어 오리무중이었어요. 나중에 밝혀지는 정체는 정말이지 ㅋㅋㅋ 신게쓰고원 스키장을 매입하려는 회사의 회장이라니!! 다소 억지스럽긴 했으나 모두의 해피엔딩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지 않았나 싶어요^^
4.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를 너무 사랑하는 팬이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읽은 <아름다운 흉기>에 이어 아쉬운 점이 다소 있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무엇보다 가독성!! 가독성인데, 어찌 이리 책장이 안 넘어가던지.. 몰입이 잘 안 되었어요. 히가시노의 작품 중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니 아주 재밌게 읽었다, 금세 다 읽었다는 글도 많아서 개인 취향의 차가 큰 것 같습니다.
스키장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범과 폭파를 저지하기 위한 스키장 측의 팽팽한 대립 구도. 이야기의 소재 자체는 아주 참신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어요. 사건 초반 첫 번째 협박메일이 왔을 때만 해도 흥미진진했으나 그 이후 이야기 중반까지의 사건 전개가 더디게 흘러가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읽은 끝에 세 번째 돈가방 전달에서부터 다시 몰입하기 시작해서 후반 4분의 1은 금방 읽었습니다. 중반까지가 좀 지루해요.. 제 생각엔 이게 원래 연재물이었기 때문에 전개가 타이트하지 않고 중간중간 루즈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캐릭터 설정이 좀 밋밋해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았고, 어느 정도 사건의 전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어서 맥이 빠진 것도 영향이 있겠네요. 추리하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히가시노의 본격 추리물과 비교하자면 추리의 완성도와 재미 면에서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워낙 훌륭한 작품이 많으니까요.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틀림없습니다. 읽고 나면 반드시 스키장에 가고 싶어져요!!^^ 광활한 슬로프에서 종횡무진 활주하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집니다~~
잘 타지는 못하지만 올 겨울에는 오랜만에 꼭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싶어요!! 수십 번 엉덩방아를 찧겠지만요..ㅎㅎ
"문학성이니 하는 번거로운 건 뻥 걷어차 버리고 재미있게 하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히가시노는 이번 작품에서 다소 힘을 빼고 자신의 반려 스포츠인 스노보드를 맘껏 즐기는 마음으로 오락적 요소를 더 중시하여 글을 쓴 것 같아요.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스키와 스노보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마치 내가 설원을 활주하는 듯한 생생함과 짜릿함을 추체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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